오버워치 리그가 본격적인 비시즌에 접어들면서 선수 방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다이너스티, 플로리다 메이헴, 상하이 드래곤즈 등 전 시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낸 팀들은 핵심 전력을 제외한 대다수와 작별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차기 시즌 오버워치 리그는 8개 팀이 가세해 20개 팀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프랑스 파리, 캐나다 밴쿠버와 토론토가 리그에 입성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과 중국에서도 추가 팀 창단이 유력하다. 이미 애틀랜타와 항저우는 합류를 공식 발표했다.
오버워치 리그는 노골적으로 메이저 프로 스포츠를 지향한다.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성공적이란 평가가 많다. 오버워치 리그는 개막 1년 만에 숱했던 우려를 모두 불식시켰고, 동시에 가장 성공한 e스포츠 대회 중 1개로 자리매김했다. 무리수로 평가받았던 리그 가입비 200억 원은 1년 새 2배 이상 훌쩍 뛰었다.
오버워치 리그는 미국 프로농구(NBA)나 프로야구(MLB) 등 이미 세계적 대성공을 거둔 북미 프로 스포츠의 운영 방식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수개월 간 치르는 정규 시즌과 그 뒤를 잇는 플레이오프, 선수 기록에 기반을 둔 다양한 데이터 분석, 리그 팀 산하 마이너 리그 팀(아카데미) 운영 등이 그 일환이다.
오버워치 리그가 지난 5월 어버이날 전후로 해 핑크 메르시 스킨을 출시하고, 그 수익금을 유방암 연구 재단에 기부한 것도 마찬가지다. MLB가 어머니의 날(5월 12일) 핑크색 장비와 유니폼을 사용하고, 판매 수익금을 유방암 관련 단체에 기부한 데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요즘 오버워치 리그에서 하루가 멀다시피 하고 나오는 방출 소식은 메이저 프로 스포츠에서 보기 어려운 것 중 하나다. MLB와 NBA 등은 샐러리 캡 제도(팀 연봉 총액 상한선)를 도입해 각 팀의 연봉 테이블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기본적으로 팀과 선수가 다년 계약을 맺는다. 사실 맺을 수밖에 없다. 대다수 선수가 단년 또는 2년 계약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첫 시즌부터 범람하는 방출 소식은 오버워치 리그 대다수 팀과 선수가 단년 계약을 맺었음을 방증한다. 다른 종목에서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를 내보내는 건 로스터에 빈자리를 만들기 위해, 또는 팀워크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해 ‘없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경우뿐이다. 이 경우에도 팀은 선수의 잔여 연봉을 보장해야 한다.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활동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종목 불문 통용 가능한 얘기다. e스포츠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거대한 메이저 스포츠 시장의 눈으로 바라봤을 땐 여전히 역사가 짧고 인프라가 미비된 신생 종목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선수의 권익 보호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힘써야 한다.
오버워치 리그는 e스포츠 선구자를 꿈꾸는 듯보인다. 네이트 낸저 오버워치 리그 커미셔너는 지난해 8월 서울 기자 간담회에서 리그 청사진을 밝히면서 “전체 e스포츠 생태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고민에는 리그와 팀의 성공뿐이 아닌 선수의 안정적인 성공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