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네. 안녕하세요. 키워드 포착의 이승희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이승희 기자, 오늘은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이승희 기자 ▷ 미국 정부가 지난 1월22일 외국에서 수입하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및 모듈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 즉 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했었죠. 현지 언론들은 미 정부의 이러한 보호무역 행보가 철강 등 다른 분야에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요. 몇 달이 지난 후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국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간 세이프가드 관련 내용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자국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어놓은 조치가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간 건지 이승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승희 기자, 먼저 세이프가드란 어떤 조치인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이승희 기자 ▷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무역장벽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배경도 좀 살펴볼게요. 미국 정부는 세이프가드를 어떻게 내어놓게 된 건가요?
이승희 기자 ▷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제무역위원회는 외국 제품들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는데요. 제출한 규제안을 바탕으로 관세 권고안을 작성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면서 진행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게요.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된 건지 알려주세요.
이승희 기자 ▷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 세탁기들은 세이프가드 시행 이후 3년간 관세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1년차의 경우 초도 완제품 수입 물량 120만대는 20%의 관세를 물어야 합니다. 추가 물량은 50%를 부담하게 되는데요. 초도 수입 물량은 특정 국가의 제품이 아닌 모든 수입품을 합한 수치로 세탁기 부품 역시 같은 해 50%의 관세를 물게 되면서 관세율은 2~3년차로 갈수록 줄어들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어느 정도나 관세를 부과한 건지도 궁금해요.
이승희 기자 ▷ 미국 정부는 연간 120만대 한국산 세탁기 수입 물량에 대해 첫해 20%, 2년째 18%, 3년째 16% 관세를 더 매기기로 했습니다,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첫해 50%, 2년째 45%, 3년째 4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추가 관세는 세탁기에만 적용되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탁기와 동시에 초도 수입 물량 2.5GW를 초과하는 수입산 태양광 패널 및 모듈에 대해서도 4년에 걸쳐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물론 한국 기업들에게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현재도 진행 중인 거죠. 그런데 세탁기 같은 경우 구체적으로 국내 전자업체를 겨냥하고 내어놓은 조치라는 말이 있던데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실제로 세이프가드 발표 당시 국내 업체 두 곳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미국의 세탁기 업계가 수입품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국내 업체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정용 세탁기가 자국 산업에 큰 피해를 미치고 있다는 판단으로 세이프가드의 필요성이 제기된 건데요.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해당 주장은 미국의 한 가전 업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건데요. 이 업체는 2011년 미 상무부에 한국 업체 두 곳에서 한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덤핑판매를 하고 있다면서 규제를 청원했습니다. 미 상무부는 2013년 S전자와 L전자에게 각각 82.35%, 13.0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미 5년 전 한 차례 추가적인 관세가 부과된 적이 있군요?
이승희 기자 ▷ 네. 맞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2012년과 2015년 두 곳의 덤핑을 막아달라는 청원까지 냈는데요. 결국 2015년에는 양사가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관세가 부과됐습니다. 미국 업체는 지난해 5월에도 양사의 세탁기 덤핑을 주장하며 세이프가드 발동을 청원했고, 같은 해 11월에 세이프가드 권고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올 초에 나온 세이프가드 조치는 그 권고안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결과겠어요.
이승희 기자 ▷ 네. 상당 부분 반영되었는데요. 이 업체는 세이프가드 규제안이 발표되자 즉각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정규직 일자리 200개를 늘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래서 이번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국내 두 기업이 타깃이라는 말이 나온 것 같은데요. 이승희 기자, 전에도 미국에서 이렇게 세이프가드를 발표한 적이 있었나요?
이승희 기자 ▷ 네. 있습니다. 2002년에 수입 철강 제품을 규제한 건데요. 그래서 이번에도 한 저널지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다른 업계에도 규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미 정부가 세이프가드를 꺼내든 것은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데요. 이제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후 시장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볼게요. 얼마나 영향을 받았나요?
이승희 기자 ▷ 미국의 관세 폭탄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세탁기는 굳건히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S전자와 L전자의 세탁기 점유율은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가격이 올라간 세탁기를 사야 하는 미국 현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결국 세이프가드가 미국의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세이프가드 조치 후 미국 세탁기 가격이 어떻게 된 건가요?
이승희 기자 ▷ 최근 미국 세탁기 가격의 상승 폭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올해 초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 등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지만 오히려 미국 내 세탁기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는 역풍이 불어 닥친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어느 정도나 올랐나요?
이승희 기자 ▷ 미국 노동통계국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품목 중 세탁 장비 지수가 지난 5월 기준 3개월 사이 17% 상승했는데요.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8.4% 상승해 최근 5년 내 최고 상승률을 찍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결국 세이프가드 조치 후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세탁기 가격이 올랐다는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맞습니다. 지난 5월 세탁기 가격이 3개월 전보다 크게 뛰었다는 뜻인데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같은 상승률은 통계를 공개한 기간, 즉 2006년부터 현재까지 중 최고치이자 유일한 두 자릿수 상승률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상승 폭이 최고 수준인 이유를 세이프가드 조치 발령으로 봐도 무리가 없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네. 업계에서는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세탁기 등에 대해 발동한 세이프가드로 인해 미국 내 세탁기 가격이 인상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역효과로 볼 수 있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미국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럼 세탁기 가격이 왜 그렇게 오르게 된 건지도 살펴볼게요. 이승희 기자, 그 과정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승희 기자 ▷ 올해 초 세이프가드가 발동하자 S전자와 L전자는 지난 3∼4월 미국 시장에서의 세탁기 판매가격을 약 8% 안팎으로 인상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업체뿐 아니라 미국의 업체까지 8∼20%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내 세탁기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올라가게 된 겁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세탁기 가격 상승으로 판매가 부진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국내 업체들의 세탁기 가격이 상승했지만 미국의 업체가 더 큰 폭으로 올렸고 결국 전체적으로 세탁기 가격이 올라가게 된 거군요. 그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궁금해요. 세탁기 가격을 올린 미국의 업체는 세이프가드 발표 후 정규직 일자리를 200개 새로 늘렸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한 만큼, 그 부분은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이승희 기자 ▷ 막상 그렇지도 않습니다. 미국은 세이프가드로 인해 미국 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일자리 창출 기회를 많이 감소시키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미국 전역에서 연간 판매되는 1000만대 세탁기의 가격 인상분을 합쳐본다면 결국은 소비자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래서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조치한 세이프가드가 오히려 미국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거군요.
이승희 기자 ▷ 네. 실제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 가드가 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가전 업체의 사업 성적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알루미늄 관세 조치로 핵심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미국 가전 업체인 W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 15%나 하락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렇게 되면 미국 내 소비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결국 세이프가드 조치가 미국의 업체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기도 하고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세이프가드 발동 당시 W사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올해 1분기 순이익은 9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400만 달러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이 업체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를 환영했지만 오히려 자국 산업의 피해를 키우는 셈이 된 건데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국내 업체들은 세이프가드와 상관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다고요?
이승희 기자 ▷ 네. 맞습니다. 예상과 다르게 국내 업체들이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미국의 한 시장 조사 업체에 따르면, S전자는 올해 1분기 생활 가전 시장에서 점유율 19.6%로 8분기 째 1위를 기록했고, L전자는 점유율 16.5%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W사는 시장 점유율 14.1%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다는 건 단순히 가격 상승이 적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 같아요. 해당 지역 소비자들이 가지는 신뢰도 역시 중요하잖아요.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네.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 국내 업체들을 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유력 소비자 전문 매체에서 선정한 최고의 대용량 세탁기 15종 중 S전자와 L전자 제품이 무려 8개를 차지했는데요. 반면 W사의 제품은 1개에 그쳤습니다. 고효율 전자동 세탁기 부문에서는 6개 모델이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는데요. 이 중 3개 모델이 L전자 제품이었습니다. 드럼세탁기 부문에서는 6개 모델 중 S전자 제품이 3개, L전자 제품이 2개가 선택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평가도 여전히 좋은 건데요. 예상과 다르게 미국 시장에서 자국 업체의 입지가 좁아들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은 앞으로 더 적극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것 같아요.
이승희 기자 ▷ 네. 국내 업체들은 미국 내 세탁기 생산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S전자의 경우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응하기 위해 올 상반기 가동 예정이던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뉴베리 가전 공장을 지난해 12월 조기 가동했고요. L전자 역시 올 4분기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리고 혹시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은 없을까요?
이승희 기자 ▷ 미국 정부가 책정한 높은 관세율만큼 국내 업체가 한꺼번에 제품 가격을 올릴 수는 없기 때문에 미국의 업체보다 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점유율과 신뢰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당장 현재 입을 손해를 단언해서 언급하기는 좀 이르고요. 앞으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올 초에 세탁기를 대상으로 내어놓은 세이프가드와 같은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은 도리어 그가 지켜내려 했던 미국 회사들과 소비자, 그리고 노동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는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는 최근에도 보호무역 조치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어요.
이승희 기자 ▷ 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붙이기로 한 데 이어 수입 자동차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할 것을 미국 상무부에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건데요. 앞으로 미국에서 어떤 조치가 추가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조치들이 미국에는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키워드 포착에서는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 현실화된 상황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이승희 기자였습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