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애주가(愛酒家)가 많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그에 어울리는 술을 찾고, 취기를 빌려 희노애락을 즐긴다. 술을 너무 좋아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음주문화도 생겨났다. 잦은 회식, 잔 돌리기, 폭탄주 등 과도한 음주를 당연시하고, 술에 취해 한 행동을 ‘실수’라는 이름으로 용인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실수’ 치고 주취자의 범죄 건수가 너무 많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흉악범죄의 30% 이상이 음주 상태에서 발생했다. 주취 폭력의 주요 피해자는 경찰관, 구급대원, 택시기사 등이었다. 의료진을 폭행·폭언해 응급의료를 방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발생한 교통사고 중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1만 9517건, 사상자는 3만 3803명에 달한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100건 중 42건은 재범 사고이고, 5차례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된 상습 사범은 6000명에 달한다. 국회의원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고, 유명 연예인, 공무원, 심지어 청소년까지 음주운전을 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관대한 인식, 솜방망이 처벌이 살인운전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음주운전 적발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실이다.
최근 정부가 음주로 인한 폐해예방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음주조장환경 개선을 위한 금주구역 지정, 주류광고 규제, 절주권고(안) 개발 등을 통해 과도한 음주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주취자의 문제행동들이 ‘술을 안 마시면 될 일’일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막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선조들은 향음주례(鄕飮酒禮) 격식에 맞춰서 술을 마셨고, 오늘날에도 주도(酒道)는 이어지고 있다. ‘술 예절’은 하나의 도리가 됐고, 마땅히 지켜야 할 약속이 됐다. 그러나 두 손으로 술을 따르고, 고개를 돌려 마시는 행위가 주도의 전부는 아니다. ‘술은 어른에게 배워라’는 말이 술을 마시더라도 흐트러진 자세를 보이지 말라는 의미라고 한다. 술자리 예절, 음주 예절 수칙을 통해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떨까.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올바른 주도 교육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음주에 대한 인식, 음주 후 행동에 효과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선조들의 ‘주도’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처럼.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