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일이 벌어진 뒤에야 뒤늦게 수습한다'는 뜻으로 문제를 미리 대비하지 못하는 상황을 질책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소 잃은 뒤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그나마 낫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식약처 발표의 후폭풍은 거셌다. 공신력 있는 정부의 발표에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불과 몇 달 전에 있었던 식중독 케이크에서 아직 벗어나기 전이었던 소비자들 사이에 막연한 공포는 역병처럼 퍼졌다.
당사자인 대상은 우선적으로 해당 제품을 비롯해 캔햄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멸균제품인 캔햄에서 세균이 검출될 수 없다며 유통·보관·시험 과정에서의 오염 가능성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번 문제에서 식약처의 검사는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었다. 당연히 어떠한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도 안되며, 이를 토대로 사건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식약처가 내놓은 결과는 ‘원인 불명’이었다. 또한 시험소의 현장점검 모든 과정에 대한 조사에서도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발표 말미에 식약처는 “검출된 대장균의 경우 멸균과정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보관 유통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전문가 의견을 달았다. 문제는 이 전문가 의견이 자충수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최초 충남도청 동물위생검사소에서 수거해간 런천미트 제품은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이 아닌 ‘한도견본’이다. 한도견본이란 제품제조 시 제조사가 유통기한 종료때까지 보관하는 동일제품 샘플이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동일라인과 동일한 제조일에 생산된 한도견본을 통해 문제를 찾게 된다.
유통용이 아닌 제품을 두고 ‘유통과정에서 균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논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모르겠다’는 백기 항복이자 결론 없는 결론이다.
논란 끝에 식약처는 해당 제품 등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적합’으로 변경했다. 한 글자 차이지만 대상 청정원이 받은 피해는 막심했다. 동일 제품 환불 절차를 비롯해 한달이 넘게 멈췄던 천안공장의 생산 손실을 더하면 피해액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지 파동과 쓰레기만두 파동 등에서 잘못된 정보나 오해가 한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했음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식약처의 신중하지 못한 발표로 야기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기업이 뒤집어써야했다. 이 피해는 어디에서도 보상 받지 못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