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탈원전’정책에 대한 오해와 진실 [Q&A]

‘문재인표 탈원전’정책에 대한 오해와 진실 [Q&A]

‘문재인표 탈원전’정책에 대한 오해와 진실 [Q&A]

기사승인 2019-01-10 01:00:00

지난해 대한민국은 ‘문재인표 탈원전’ 정책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정부와 여권은 정책의 합리성을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나, 야권과 반대론자들은 격렬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고, 이 갈등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뜨거운 감자’가 된 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 주장의 골자는 현 정부 들어서 한국 원전 산업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먹거리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던 한국 원전산업이 고사(枯死) 직전까지 내몰렸다는 주장이다.

극렬 반대론자들 사이에서는 “탈원전은 탄핵 사유”, “탈원전은 망국적 포퓰리즘”, “정부가 공학을 몰락으로 몰고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반발의 합리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핫 이슈인 것은 틀림없다. 이와 관련해 관련 업계 전문가와 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경재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공식 통계자료를 통해 ‘문재인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Q&A 형식으로 알아본다.

Q.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현 정부 임기 동안 원전은 오히려 4기 늘어난다. 정부 정책의 성격은 합리성을 기반으로 경제성이 있는 원전을 제외한 노후화된 원전을 폐쇄하고 새 원전을 늘리는 방식이다.

일례로 지난해 6월 폐쇄된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 수명 만료에 따라 가동이 중지됐다. 이때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월성 1호기의 발전 원가는 ㎾h당 약 120원, 판매단가는 약 60원이다. 속된 말로 완전히 밑지는 장사다.

이처럼 멀쩡한 원전을 문을 닫는 것도 아닌 데다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17년 발표된 ‘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인 2022년 5월까지 신한울 1~2기, 신고리 4.5기 등 원자력발전소는 되려 4기로 늘어난다. 2023~2030년 사이에는 신고리 6호기 준공도 예정됐다.

항간에서 일고 있는 탈원전 속도조절론도 사실을 왜곡한 주장이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속도는 다른 국가와 비교 했을 때 느린 편이다. 정부는 원전 비중을 14년에 걸쳐 2016년 기준 30%에서 2030년까지 24% 그러니까 6% 포인트만 낮춰보자는 입장이다.

반면 독일, 대만 등은 10년 이내에 ‘탈원전’을 목표로 했다. 프랑스는 우리와 같은 기간 25%의 원전 비중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결국, 단계적으로 노후 원전의 가동을 멈추고 새 원전을 늘리는 것을 두고 탈원전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문재인표 탈원전’ 정책이 아닌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는 평가가 맞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Q.원자력 발전은 저렴한가?

▲대부분 문제는 ‘경제성’ 측면에서 발생한다. 속된 말로 ‘돈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하겠다. 특히 ‘자원빈국’인 한국에서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저렴한 원전을 방치하고 비싼 전력원의 비중을 높인다면 큰 문제다.

이를 따져보기 위해 원전이 값싸고 좋은 에너지원인지 짚어보겠다.

우선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은 압도적으로 우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연료비 단가만 봐도 원전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전의 연료비는 ㎾h당 5.85원이다. 유연탄(58.48원)과 LNG(114.05원) 대비 유류(191.81)와 비교하면 경쟁 비교가 불가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 단가 수치에는 큰 함정이 있다. 원전이 40~60년 동안 가동되고 종료 후에 발생하는 처리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이 비용은 초장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건설비를 포함한 발전과 직접 비용만 따지면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분명 저렴하다. 그러나 원전 핵폐기물 처리, 원전 폐로 비용,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마련 등 원전의 원자로 처분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한국은 앞서 폐로한 고리 1호기에 투입될 비용으로 6437억원을 이미 산정했다. 하지만 이 비용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해체 시 얼마나 많은 금액이 투입될지 추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 그라이프스발트(Greifswald) 원전은 현재 20년 이상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만 약 6조(43억 유로)가 투입됐다. 앞으로 20~30년간 해체 작업은 지속할 예정이다.

여기에 원전 발전단가에 포함되지 않은 사고 비용을 더하면 실질 단가는 더욱 상승한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한국전력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福島)와 같은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 2492조의 손해비용이 소모된다고 한다.

이밖에도 옛 소련은 체르노빌 대참사의 영향으로 5년 뒤 붕괴했으며 체르노빌에서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약 2만년의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린피스(Green Peace)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영토 대비 원전밀집도는 세계 1위다. 국내 원전에서 만약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결과와 처리 비용은 짐작할 수도 없다.

이 같은 점을 살펴볼 때 원전이 저렴한 에너지원이라는 평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Q.전기세 인상 우려가 있는데

▲맞다. 가격이 오른다. 한 달에 만원 가량 오를 전망이다.

다만 2022년까지 전기세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줄곧 “2022년까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못 박은 바 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원전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 높이면 발전비용은 2016년보다 21% 증가한다. 이를 반영하면 1가구당 1달에 1만원, 연간 15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게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측 설명이다.

한 달에 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나 앞서 원전의 경제성을 살펴봤듯이 초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Q.원전 안전한가?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 국내외에서 과거부터 최근까지 일어났던 원전사고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유는 더 원천적이다. 흔히들 업계에서는 원전을 ‘꺼지지 않는 불’, ‘화장실 없는 집’으로 부른다.

인류는 구소련에서 1954년 최초의 원전을 가동한 후 아직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원전 주요 부품·작업복 등 일체의 원전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보관하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노출될 경우 즉사의 위험이 있는 고독성 물질이다. 이 폐기물은 10만년의 시간이 지나야 자연상태 수준의 방사능을 방출한다. 10만년 전은 인류가 갓 태동한 시간으로 현재의 인류가 10만년 이후를 가늠키도 책임지기도 어려운 시간이다.

이런 상황에도 이를 처리하는 방식은 글로벌 선진국도 땅속에 파묻거나, 중간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이 와중에 한국은 이 폐기물들을 원자력 발전소에 쌓아두고 있다.

특히 한국은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는 저장고 86.3%가 포화 상태다. 고리 3·4호기, 한울 1·2호기는 90% 이상, 고리 1~4호기는 2024년, 한빛 1~5호기 2037년, 신월성 1~2호기 2038년 등 전국의 원전 임시 저장소도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핵폐기물은 답이 없다지만 한국에서는 문제 해결의 시작도 어려운 상태다. 중간저장시설이 자신의 지역에 들어오길 원하는 지역 주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83년 중간저장시설 건립을 아홉 차례 추진했으나 매번 실패했다. 1990년에는 정부가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 주민 몰래 중간저장시설을 지으려다 주민들의 큰 반발에 무산됐다.

일단 국내에서 원전을 훗날을 차치하고 덮어놓고 쓰고 있지만 ‘원전 내 시한폭탄’인 고준위폐기물을 보관할 방법조차 없는 상황이다. 경제성, 안전성을 두루 따져봤을 때 원전을 적극적으로 늘릴 이유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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