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워너원, 역사로 기억될 소년들

아듀! 워너원, 역사로 기억될 소년들

기사승인 2019-01-28 17:31:15

그룹 워너원의 지난 512일은 팬들의 말처럼 ‘모든 길이 역사로 남는’ 시간이었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결성돼 2017년 8월 데뷔한 이들은 지난 24일부터 나흘 간 연 콘서트로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공연이 열린 서울 경인로 고척스카이돔은 연일 장사진을 이뤘다. 공연을 본 관객만 8만 명이 넘었다. 티켓을 예매하지 못한 관객들도 공연장 주변을 맴돌며 아쉬움을 달랬다. 노랫소리가 새어나오는 곳에 모여 귀를 기울였다. 워너원은 이번 공연에서 데뷔곡 ‘나야 나’를 비롯해 ‘에너제틱’(Energetic). ‘뷰티풀’(Beautiful), ‘부메랑’, ‘켜줘’, ‘약속해요’ 등의 히트곡으로 무대를 꾸몄다.

“정상에서 다시 만나자”

환호와 눈물이 뒤섞인 공연이었다. 공연장 밖에서 만난 20대 여성 팬은 “(공연을 보면) 너무 슬플 것 같아 올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내 20대의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해준 멤버들이 고마워, 보답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눈물을 쏟았다. 눈시울이 붉어진 건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팀의 센터로 활동한 강다니엘은 둘째 날 공연에서 “편의점에서 마주친 꼬마아이가 ‘다니엘 형처럼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내가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생각은 해 본적도 없는데, 이렇게 과분한 말을 듣게 도와준 사람이 워너블(워너원 팬덤)”이라면서 “시간을 계속 붙잡고 싶다”고 털어놨다.

공연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멤버들은 편지와 영상 메시지를 통해 팬들을 다독였다. 배진영은 28일 공식 팬카페에 올린 편지에 “비록 11명이 다 흩어져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모두가 웃으면서 정상에서 만나자”고 썼다. 김재환은 영상 편지에서 “워너원을 잊지 말아 주시고 여러분의 기억 속에 (워너원이)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 남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강다니엘은 SNS를 통해 멤버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너무 많은 길을 같이 달려왔네. 우린 잘해왔고 앞으로는 더 멋있어질 거 같다. 제일 멋있는 그룹으로 내 가슴 속에 묻을게 고마워”라고 적었다.

‘성장 서사’로 공감대 높여…350만장 누적 판매

시작부터 끝까지 뜨거웠다. 18개월 동안 낸 5장의 음반은 350만 장 가까이 팔렸다. 이들의 지난해 음반 시장 점유율은 약 9.6%로, 방탄소년단 다음으로 높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원은 “워너원이 국내 음악 시장에 남긴 데이터는 최정상 아이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워너원이 국내 음반 시장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2019년 국내 음반시장은 워너원의 부재에 따른 판매량 공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데뷔 9일 만에 MBC뮤직 ‘쇼챔피언’에서 1위를 차지한 워너원은 활동을 마칠 때까지 100여개에 달하는 음악 방송 및 시상식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폭발적인 인기를 견인한 힘은 이들의 성장 서사에서 나온다. 중소 기획사 출신이거나 이미 데뷔해 활동한 경력이 있는 멤버들이 모여 톱 아이돌로 올라서는 과정은, 이미 그 자체로 쾌감과 감동의 ‘청춘 드라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를 통해 부각된 ‘꿈’, ‘열정’, ‘간절함’ 등의 키워드에 팬들은 크게 공감했다. 프로그램이 강요한 혹독한 경쟁이나 끝이 정해져 있다는 태생적인 특수성은 팬들과 멤버들 사이의 정서적인 유대를 보다 단단하게 만들었다. 워너원은 세대도 다양하게 아울렀다. 40대 배우 라미란이 강다니엘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프로듀스101’의 높은 화제성이 대중성으로 이어진 결과다. 

끝 아닌 새로운 시작

멤버들은 28일 오후 6시 신곡 ‘잊지마요’를 발표하는 하성운을 시작으로 각자의 길을 걷는다. 하성운, 강다니엘, 김재환 등은 솔로 음반을 내고 윤지성은 내달 개막하는 뮤지컬 ‘그날들’로 무대에 오른다. 옹성우와 라이관린은 각각 한국과 중국에서 배우로 첫 발을 내딛는다. 황민현은 그룹 뉴이스트로 돌아가며, 이대휘와 박우진은 브랜뉴보이즈(가칭)로 재데뷔를 준비한다. 박지훈은 내달 팬미팅을 열고 배진영도 공식 팬클럽을 모집하는 등 팬들과 소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워너원의 마지막 콘서트 제목인 ‘데어포어’(Therefore)는 이들이 음반마다 선보였던 연산 시리즈 마침표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멤버 개개인의 팬덤이 따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팀이 흩어지고 나서도 개별 팬덤은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각 기획사는 멤버들의 팬덤이 부딪히는 경우를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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