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은 꿈과 고향…BTS도 나오고 싶어 하는 페스티벌 되길”

“학전은 꿈과 고향…BTS도 나오고 싶어 하는 페스티벌 되길”

기사승인 2019-03-20 00:00:00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학전블루소극장(이하 학전)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성지’였다. 내로라하던 포크, 록 가수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열어서다. 가수 故김광석이 1995년 1000회 기념 공연을 연 곳도 바로 학전이었다. 가수 김민기가 1991년 문을 열어 30여년 가까이 관객들을 맞이해온 이곳, 누군가는 ‘꿈’으로 누군가는 ‘고향’으로 기억하는 이곳에서 올 봄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오는 29일 시작하는 ‘어게인(Again) 학전’이 바로 그것이다.

공연 기획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가수 박학기와 김민기가 만나 얘기를 나누다가 뜻이 맞는 가수들끼리 모여 릴레이 콘서트를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밴드 들국화 시절 학전에서 자주 공연했던 가수 전인권도 합심했다. 처음엔 걱정이 컸단다.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공연에 얼마나 많은 가수들이 참여할까 싶어서였다. 그 때 김민기는 말했다. “‘또라이’들이 있으면 할 거야!” 

“생각보다 ‘또라이’들이 많더라고요.” 19일 오후 학전 기자회견에서 만난 박학기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많은 가수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덕에 당초 4주로 예정됐던 공연 일정이 8주로 늘어났다. 전인권을 시작으로 김수철 김현철 YB 권진원 안치환 웅산 강산에 유재하동문회 정원영밴드 푸른곰팡이(윤영배 조동희 오소영 오늘 새의전부) 김광민 노영심 김광석다시부르기(박학기 유리상자 한동준 동물원 장필순 자탄풍) 등 14팀이 순서대로 공연한다.

YB를 이끄는 윤도현에게 학전은 ‘꿈’이었다. 그는 무명 시절 학전에서 열린 선배 가수들의 오프닝 게스트로 노래했다. 윤도현을 눈여겨 본 김민기는 그를 뮤지컬 ‘개똥이’에 출연시켰다. 가수 권진원은 학전을 ‘고향’이라고 말한다. 노찾사에서 나온 뒤 처음 공연을 한 곳이 학전이기 때문이다. 권진원은 “학전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음악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학전으로 모인 가수들은 “동창회에 온 느낌”이라며 즐거워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김영우(스윗소로우)는 “공연으로만 뵙던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된 건, 학전이 그만큼 튼튼하게 버텨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우는 유재하동문회의 젊은 뮤지션들을 이끌고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어게인 학전’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김민기의 생각이 김영우에겐 힘이 됐다. 

전인권 강산에 권진원 YB 자탄풍 등 일부 출연진들은 ‘어게인 학전’에서 신곡도 공개할 계획이다. 자탄풍의 멤버 송봉주는 “나만 신곡을 준비하는 줄 알았는데, 다들 신곡 준비를 하며 움직이고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어게인 학전’이 7080 가수들의 ‘추억팔이’가 아닌, 생명력 있는 페스티벌로 이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내 타깃은 후배 가수들”이라며 “언젠간 BTS도 나가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나도 저 자리에서 노래 한 번 해봤으면’하고 바라는 페스티벌로 향한 첫 걸음”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민기와 박학기는 ‘어게인 학전’을 ‘학전 페스티벌’로 발전시키자는 생각도 나눴다고 한다. 대관 일정 때문에 올해 공연에 참여하지 못한 가수들이 ‘내년에는 함께 하자’며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는 후문이다. 박학기는 “서로 다른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도구가 바로 음악”이라며 “정제되지 않고 마치 눈앞에서 갈아주는 오렌지 주스 같은 공연이지만, 거기에서의 에너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관객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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