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문법에 정체성 결합” 방탄소년단의 성장

“팝 문법에 정체성 결합” 방탄소년단의 성장

“팝 문법에 정체성 결합” 방탄소년단의 성장

기사승인 2019-04-17 00:00:00

알록달록한 하늘 아래 길게 늘어선 가로등. 그 기둥을 붙잡고 빙그르르 돌며 춤추는 남성.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오마주한 그룹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뮤직비디오 속 장면이다. 전작에서 ‘스스로를 사랑하라’를 주제로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했던 방탄소년단은 신작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이하 페르소나)에서 밝은 팝 사운드 위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실어 보낸다. “보편적인 팝의 문법 위에 방탄소년단만의 정체성을 결합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음반”(김영대 음악평론가)이라는 평이다.

◇ ‘팝 본고장’ 美英 차트서 1위 ‘BTS 인베이젼’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는 방탄소년단이 보낸 음악에 열렬히 환호했다. 16일 빌보드에 따르면 ‘페르소나’는 오는 21일 공개되는 빌보드200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빌보드는 ‘페르소나’의 일주일간 판매량이 최소 20만장에서 최대 22만5000장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음반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이 기록한 18만5000장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빌보드는 실물 음반(CD·바이닐) 판매량과 디지털 음원의 다운로드·스트리밍 횟수를 각각 환산한 음반 판매량으로 최종 판매량을 산정한다.

‘비틀즈의 나라’ 영국에서도 방탄소년단 열풍은 뜨겁다. 영국 오피셜 차트는 이날 ‘페르소나’가 한국 가수의 음반 가운데 처음으로 영국 오피셜차트의 음반 차트에서 1위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피셜차트에 따르면 ‘패르소나’는 발매 이후 1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앞서 방탄소년단이 발매한 음반 세 장의 첫 주 판매량을 합한 것보다 많은 기록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명실상부한 팝스타로 완전히 인정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월드와이드 팝으로서의 완성도를 가졌다는 것에 대한 연속적인 인정”이라는 평가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발표한 두 장의 음반도 빌보드200 1위에 올려놨다. 비(非)영어권 국가의 노래가 이 차트에서 정상에 오른다는 것만으로도 놀랍지만, 한국 자본과 한국 제작 시스템을 통해 이룬 성취라 더욱 의미 깊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K팝 시장을 넘어, 전 세계 팝시장에서 하나의 모델이 되어가고 있다”고 봤다.

◇ “완성도 높은 음악…핫100 5위권 진입 예상”

‘힙합 아이돌’로 데뷔했던 방탄소년단은 이번 음반에서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준다. ‘듣기 편한 음악’으로 보다 너른 대중을 끌어안으면서도 준수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미국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언뜻 밝게 들리지만 음악의 디테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편곡 역시 미국 팝 음악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자의식이 강하게 묻어나는 가사는 이들의 세계관을 더욱 공고히 한다. 방탄소년단은 새 음반에서 자신들의 꿈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팬들과의 유대를 강조한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진정성 있고 깊이 있는 아티스트의 면모를 더욱 부각시키고 발전시키려는 자세가 인상적”이라고 호평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팝 음악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결합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면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보다 폭넓은 대중,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자 하는 생각도 있지만, 동시에 그들을 커리어를 규정해온 독특한 음악적 정체성과 세계관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봤다. 

미국의 인기 싱어송라이터 할시가 피처링한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미국 최대 음원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에서 4~5위를 오가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이 차트 톱5에 든 건 처음이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의 성적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핫100은 음원 스트리밍·다운로드 외에도 라디오 방송 횟수를 순위 집계 항목으로 넣어 비영어권 노래엔 진입 장벽이 높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라디오-프렌들리한 곡”이라고 보면서 핫100 5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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