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년 세월 오롯이 간직한 99칸 전통한옥-
-현존하는 최고 고택으로 원형 잘 보존-
-정읍시 '2019-20 정읍방문의 해' 맞아 관광객 유치 나서-
-동학혁명 소재로 한 SBS 기획드라마 ‘녹두꽃’ 촬영-
정갈한 古宅의 처마 밑으로 늦은 4월의 봄비가 차분히 내리고 있다.
사랑채를 지나 고택 안주인이 수없이 밀고 닦았을 툇마루에 오르니 앞 뒷마당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독대 옆에 소담스럽게 핀 연산홍 뒤 담장 너머로 산안개가 연초록 새잎 아래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크고 작은 방문과 창문 너머, 230여년을 지켜온 고택과 어우러진 봄 풍경은 한 폭의 한국화가 되었다.
반가운 봄비가 내린 25일, 정읍시는 ‘2019년 정읍방문의 해’를 맞아 정읍시에 위치한 관광자원을 소개하는 서울지역 여행기자단 팸투어를 실시했다. 기자단은 이날 오후 동학농민혁명기념관과 피항정, 무성서원에 이어 정읍시 산외면에 위치한 김명관 고택을 찾았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6호인 김명관 고택은 김동수의 6대조인 김명관이 1784년(정조 8년)에 건립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한옥으로, 창하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동진강 상류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 동남쪽을 향해 자리 잡고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집터다. 고택은 행랑채·사랑채·안행랑채·안채·별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깥 행랑채의 솟을대문을 들어서니 만개한 진분홍빛 박태기꽃이 과객들을 반겼다.
아담하게 조화를 이룬 사랑채를 따라 안행랑채의 대문을 들어섰다. 안마당은 ㄷ자집 형태의 안채 내부 마당과 안행랑채 사이의 긴 가로마당이 만나서 아늑함이 느껴진다. 마당 앞으로 대청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좌우 전면의 돌출된 부분에 부엌을 배치한 특이한 평면의 안채가 눈에 들어 왔다. 특히 주변과 조화를 이룬 균형미와 처마의 흐름, 기둥의 배열이 소박하면서도 세련되고 아름답다. 대청 좌우에는 큰방과 작은방을 두었으며 이들 방 남측에 각각 부엌을 배치하여 큰방에는 시어머니, 작은방에는 며느리가 기거했다.
안채의 서남쪽에 있는 안사랑채는 김명관이 본채를 지을 때 일꾼들이 살았던 곳이라고 해설사는 설명한다. 소박한 구조와 건축가의 독창성, 조선후기 사대부 가옥의 중후한 모습을 대체로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원래 아흔아홉칸 집이었으나 현재는 여든여덟칸이 남아있고 문화재청과 정읍시가 함께 유지 관리하고 있다.
안내를 맡은 정읍시 김기점 문화관광해설사는 “건축 과정에서 안채와 사랑채, 부엌의 구조를 보면 집안 여자들은 물론 머슴들까지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을 엿볼 수 있다.”면서 “고택이 큰 변란기를 겪으면서도 잘 보존 되어 있는 것은 고택 주인들이 이웃에게 베풀며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읍시가 동학농민혁명 125주년을 맞아 혁명을 소재로 한 SBS 기획 금·토드라마 ‘녹두꽃’ 제작의 일부를 이곳 김명관 고택에서 촬영 중이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역사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녹두꽃’은 24부작으로 오는 4월 26일부터 매주 금, 토요일 밤 10시에 방영될 예정이다.
김기점 해설사는 고택을 나서며 궂은 날씨에 멀리 정읍까지 방문해 감사하다며 자작시 한편을 차분한 목소리로 낭송했다.
“지붕마다 수묵 채색한 조각조각
거미색 비취향이 짙다.
기와 하나하나에 오랜 인고의 시간
태초의 멍에처럼 하늘을 지고
흘러왔던 세월의 무게들
골목골목 가득찬
군내 나는 묵은 이야기들이
안개 되어 몽땅 뱉어낸다.”
정읍=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동영상=왕고섶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