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명확한 의료행위 기준, 환자 생명 위협한다

[기자수첩] 불명확한 의료행위 기준, 환자 생명 위협한다

기사승인 2019-05-11 04:00:00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하는 행위다. 의료법 제12조 제1항을 보면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을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자격정지 2년에 처해지며, 영리목적이면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병과된다.

그러나 의료행위의 구체적인 의미나 구분 기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의료인이라고 하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이 포함되는데,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모호한 것이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간호조무사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등이다.

문진은 의사의 몫이라는 것이 분명하지만 처치에 대한 행위자가 불분명하다. 의사의 지도가 있었다면 간호사는 실과 바늘, 수술용 메스를 들 수 있는 것일까?

수술실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간호사 문제는 꽤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수많은 대기 환자들로 북적이는 병원 입장에서 ‘간단한’ 처치만큼은 PA 간호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지만, 의사의 지시가 있었더라도 간호사의 ‘수술 후 봉합’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된다. ‘간단한’ 처치의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봉합을 한 간호사는 왜 불법행위자로 몰려야 하는 것일까.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불법 의료행위를 시킨 의사? 아니면 행위를 한 간호사.

간호사 단체는 “현행법의 진료보조는 1951년도에 제정된 낡은 틀을 벗어나지 못해 의사가 처방해 의료인이 수행한 업무에 대해서도 불법이라 간주되고 있다. 불법 P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다른 의료인 및 의료기사 등 면허를 가진 전문인력에게 처방한 업무는 합법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PA 간호사를 장려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환자 목숨과 관련된 일이기에 의사가 직접해야 하는 일과 의사의 지시 하에 해야 하는 업무를 명확히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리수술, 무면허 의료행위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환자들의 불신은 커져만 간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등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설정과 PA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업무 조정 관련 원활한 논의를 위해 의료인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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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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