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련 기준 마련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데 따른 결과다. 복지부는 ‘가이드 라인’에 대해 "(약국들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지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대부분의 약국들이 조제실을 폐쇄적으로 운영, 무자격자의 불법조제나 조제실의 위생 불량 등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약사법 위반으로 적발, 처벌도 줄을 잇는 상황이어서 권익위는 지침 마련의 당위를 확보했다.
복지부는 권익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 3월부터 17개 시·도의 시·군·구를 임의로 선정, 지역 내 모든 약국의 조제실 현황을 파악하고 그 결과를 취합 중이다. 현황 조사는 약국의 조제실이 어떤 형태인지, 조제실 내부가 밖에서 보이거나 일부만 확인 가능한지, 또는 밖에서 볼 수 없는 환경인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를 받았을 때 '현황을 살펴보고 지침을 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으며, 약국이 개선할 수 있는 사항과 국민 요구를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집행 시점을 정해 법으로 강제하면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한약사회와 지자체 등의 의견을 확인해 조율할 것이며, 일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소비자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약국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고자 자율 시행 후 경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며 (약국들이) 부담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아직 복지부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으며, 현재 약국 현실상 구조를 변경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관련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012년 ‘좋은 약국 만들기’의 일환으로 조제실 개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응답한 환자 대다수는 조제실 개방에 동의했고, '조제실 환경에 대한 인증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에 대해 일부 약사들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선의 여지는 크지 않았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조제실 투명화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약국 조제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설문조사를 한 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변화된 것이 없고, 국민이 신뢰할 만한 조제실 환경도 조성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약국의 서비스 평가에 있어 우선시 될 사항은 복약지도와 조제실 상태”라며 “환자들이 조제실 밖에서도 면허를 가진 약사가 위생적으로 조제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영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도 “의료소비자들은 약사가 조제한다고 신뢰하지만, 종종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전해진다”면서 “조제실 환경·의약품 보관 등에 대해 소비자들이 직접 볼 수 있다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 조성이 약국에서도 조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보고 긍정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