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5년 만에 10배 급증하는 등 실버세대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증가하면서 중저가형 스마트폰과 요금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5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호모 스마트포니쿠스, 세대별 진화 속도’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70세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2013년 3.6%에서 2018년 37.8%로 34.2%포인트 높아졌다. 6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도 2013년 19.0%에서 2018년 80.3%로, 50대도 51.3%에서 95.5%로 각각 증가했다. 고연령층도 ‘스마트폰족’으로 빠른 속도로 편입 중인 셈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면서 인터넷 서핑을 하는 노년층을 뜻하는 ‘실버서퍼’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이들은 더 이상 ‘폰맹’이나 ‘IT 소외계층’에 머물러 있지 않고 모바일 쇼핑이나 인터넷 뱅킹을 이용, 영상을 즐겨보는 적극적인 스마트폰 이용자들이다.
IT업계 관계자는 “3040세대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주 고객층이라면 그 외 세대들이 실속형 스마트폰을 많이 찾고 있다”며 “스마트폰이 처음 나온지 10년이 지나니 50대부터 사용한 사람들이 이제 60대가 되는 등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의 연령층이 높아져 고령층도 자연스럽게 앱이나 영상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과거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효도폰’이 사라지고 다양한 ‘실속형’ 스마트폰 출시로 고령층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첨단기술의 보편화로 고급형에 버금가는 성능을 지니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갖춰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돕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9일 실속형 스마트폰 LG X2를 국내 출시한다. 출고가는 19만 8000원으로 올해 출시한 모델 중 가장 낮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카메라 기능이나 인공지능 서비스는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신제품은 5.45인치 풀비전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는 인물을 돋보이게 해주는 아웃포커스가 가능하고,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는 초점을 빠르게 잡아주는 기능도 담았다. 여기에 구글 인공지능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도 탑재해 사용자들은 “오케이 구글”이라고 호출한 후 알람 설정, 검색,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말로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폰 라인업 출시를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50·A70 등 A시리즈가 전작 대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전 분기 대비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했다"며 "하반기에도 플래그십 라인업을 지속 강화하고 중저가형 신모델의 판매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SK텔레콤을 통해 갤럭시A40을 출시하면서 중저가 제품군에 다섯가지 모델을 포진시켰다. 중저가 제품군답게 가격은 ▲갤럭시A10 20만9000원 ▲갤럭시M20 22만원 ▲갤럭시A30 34만9800원 ▲갤럭시A40 39만9300원 ▲갤럭시A50 47만3000원으로 다양하다.
A30부터는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으며 A40은 하위모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진과 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 카메라 화소수는 전면 2500만, 후면 1600만 화소 및 123도 초광각 후면카메라로 뒤떨어지지 않는 조건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8월 세계 최초로 중고가 5G 이동통신 스마트폰인 갤럭시A90도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가성비’를 따지는 고령층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5G 요금제를 두고서도 실속형 모델이 출시됐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8일 청소년과 노인 대상의 4만원대 5G 요금제를 업계 처음으로 선보였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하반기에 중저가 등 다양한 요금제와 서비스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며 "최근 내놓은 4만원대 요금제도 최신 5G폰에 관심 있는 청소년과 노인들의 호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사들인 SK텔레콤과 KT도 적절한 시기에 중저가 요금제를 낼 계획이지만 아직까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층 스마트폰 이용자가 많아져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높아진 점도 있지만 최근엔 밀레니얼‧Z세대 등 젊은 층도 20만원대 아래 실속형 스마트폰을 많이 사면서 추후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 또한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패션 브랜드 무신사와 콜라보를 했는데 중장년층은 무신사가 뭔지 모르지만 1020세대에게는 굉장히 인기 있는 곳"이라며 "이는 명확하게 10대 후반 20대 초반을 노린 마케팅이고, 실속형 스마트폰 니즈가 고령층과 20대 초반인 세대 양쪽으로 바뀌어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