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분이 갑자기 횡설수설하고 헛소리를 하세요. 치매일까요?”
인지기능 저하, 실행증, 언어장애, 사고장애. 비슷한 증상으로 인해 섬망을 치매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섬망은 치매와 달리 치료가 가능하며, 수일 내로 회복이 가능하다.
섬망은 내과적 질환, 항생제 또는 마약성 진통제 등 약물, 수술 후 신체적 기능 저하 등이 원인이 되어 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주의력 저하, 기억력 및 인지기능의 저하, 환시 같은 지각의 장애, 이미 학습돼 할 수 있는 운동이나 몸짓을 못하는 실행증 등이 있다.
최성혜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대표적인 치매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망상장애를 주로 보이는 반면, 섬망은 ‘천장에 벌레가 기어간다’고 하는 등의 환각 증세가 주로 나타난다”며 “회복되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진산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보통 70~80대 노인에게서 증상이 많이 나타나며, 폐렴이나 요로감염 등 감염성 질환을 앓았거나 수술로 인해 전신마취를 한 이후에 뇌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항생제, 마약성 진통제 등 원인 약제를 제거하거나 원인 질환이 치료가 되면 증상은 빠르게 호전을 보인다”며 “빠르면 하루 만에 좋아질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수일에서 일주일 이상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기저질환이 없었거나 증상이 지속된다면 뇌혈관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뇌전증이나 뇌경색, 뇌출혈과 같은 질환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데 단순 섬망 증상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섬망과 치매는 서로 다른 질환이지만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기저의 인지장애나 치매 상태가 섬망 발생의 독립적인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최근 나온 한 연구에서는 발병 위험도가 4.3배 높다고 되어 있다”면서 “섬망 자체가 향후 인지장애와 치매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고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그 위험도가 8.8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혜 교수는 “섬망 자체가 치매의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다. 치매는 이상 단백질이 뇌에 오랫동안 축적되어 발생하는 것인데, 병리가 있는 노인들에게서 섬망 증상이 더 잘 나타나는 것”이라며 “고열, 폐렴, 영양부족 등 이차적 합병증으로 인해 뇌손상이 발생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섬망 상태에서는 환자가 자신을 돌볼 수 없고, 수면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낙상위험은 물론 식사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경우에 따라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