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가 사전예약에 돌입한 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39만8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사전예약 물량 자체가 기존 플래그십 모델에 비해 극히 적었던 점을 감안해 흥행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흥행 규모와 전망에 대해 말을 아끼는 양상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갤럭시폴드 5G 1차 사전예약 판매가 10분 만에 끝난데 이어 투입 물량이 늘어난 2차 판매도 1시간 여만에 완판됐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에서 갤럭시 폴드가 출시되자마자 오전 중 사전예약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갤럭시폴드는 새로운 폼팩터를 담은 만큼 시장 반응 예측이 어려웠다. 당초 품질 문제로 출시가 지연됐고 가격은 기존 초고가 스마트폰보다도 100만원 가량 더 비싸 소비자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갤럭시폴드는 사전예약 물량이 빠른 시간에 소진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갤럭시폴드의 ‘연속 매진’ 행렬에도 삼성전자는 흥행에 대한 평가를 아끼고 있다.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플래그십 모델들에 비해선 사전예약 물량이 적고, 제품을 산 후 개통하지 않고 웃돈을 얹어 되파는 ‘폰테크’가 성행하는 것도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워낙 적은 물량이고 리셀러가 작업하는 부분도 전혀 제외시키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흥행에 있어 아직 판단하기엔 이른 것 같고 유보하면서 보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통신 3사가 지금까지 판매한 폴드 물량은 1차에 1천여대, 2차에 1만여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급제 판매량까지 합쳐도 3만대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가 보통 출시 첫해 수천만대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모바일 판매량이 3억대 정도인 것에 비하면 고동진 IM 부문 사장이 제시한 글로벌 100만대 양산 목표도 극소수였다.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100만대 정도의 물량을 준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하반기로 출시가 지연되면서 물량도 줄었다. 즉, 애초 적은 물량이었기 때문에 계속적인 완판 행렬을 ‘흥행 성공’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폴드가 플래그십모델처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제품은 아니다”라며 “초기 양산 목표가 글로벌 100만대 정도였는데 이 역시 플래그십에 비하면 아주 소량이었고, 출시가 연기되면서 100만대 단위가 10만대 단위로 떨어진 상태에서 출시국별로 할당량이 나뉘니 국가 당 풀리는 물량은 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폴드 품귀 현상을 이용해 제품을 구매한 후 개통하지 않고 웃돈을 얹어 이익을 챙기는 ‘폰테크 현상’도 삼성전자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중고거래사이트 ‘중고나라’에서는 갤럭시폴드를 급처분한다며 원가보다 높은 가격인 240~300만원에 거래가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일부 판매자가 선입금을 받은 후 잠적해버리는 고액사기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폰테크 우려가 있긴 하다”며 “판매된 것과 개통된 것을 보고 있는 상황인데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잡힌건 아니지만 실제 웃돈거래 하기 위한 ‘리셀’은 수치를 왜곡하는 현상이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준비하고 있는 물량을 한번에 다 풀고서 예약을 받으면 예약 신청한 날부터 배송날짜까지 너무 텀이 벌어질 수 있어, 소비자들이 적절히 기다리실 수 있을만큼 시기를 조정하며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