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위험 자궁경부무력증, 재수술을 두려워 하지 말자
#글// 박문일 동탄제일병원 원장(전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수술을 다시 해야 하겠습니다.”
“아니, 재수술을 해야 된다는 말씀이세요?”
어떤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와 의료진간의 대화내용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대화 후에는 첫수술의 잘못 또는 재수술을 하게 된 책임을 의료진에게 물으려는 환자들의 항의가 이어진다.
물론 질환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재수술을 해야한다는 통보를 받은 환자측에서는 첫 수술이 잘못되어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가령 복강 내부의 단순한 양성종양 제거수술 등이 이에 해당될 수 있다. 물론 의사들은 수술 전 환자들로부터 수술동의서를 받을 경우 수술 후에 발생할수 있는 각종 합병증에 대해 소상히 설명을 한다. 동의서에는 재수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재수술을 하게 된다면 환자들은 일단 의사들의 책임을 물으려 하기 일쑤다. 심지어 대화로 해결이 안될 경우 의료 소송까지 마다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보았다.
그렇다면 단순한 양성 종양이 아니라 암과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심각한 질환을 수술할 때는 어떤 풍경이 벌어질까. 사실 이 때는 아이로니컬하게도 환자와 의료진 간의 논쟁이 드물다. 질환의 특성 상 재수술은커녕 수술을 세 번, 네 번도 할 수 있기 때문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난소암의 경우 첫 수술에서 암 덩어리를 제거한 후, 일정한 시기가 지나서 시행하는 '2차 추시 개복 수술'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산부인과 영역에서 이런 재수술 또는 2차 수술이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는 또 있다. 바로 자궁경부무력증이다. 자궁경부가 10개월 만삭 이전에 일찍 열려 조산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다. 과거 임신에서 조산을 경험했거나 현재 임신에서 자궁경부가 단축되었거나 벌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자궁경부 원형결찰술'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이 수술 후에 다시 자궁경부가 단축되거나 양막이 밀려 내려오는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다. 이 경우 의료진은 물론 임신부들은 재수술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더블맥' 등 몇 가지 방법으로 이뤄지는 재수술이 첫 수술 때보다 훨씬 더 어렵고 정교한 처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임신이란 태아가 만삭 임신을 향해 가는 열차에 올라 탄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열차가 어떤 사고로 정지하면 그 자리에서 내려야 하는 것이 바로 조산에 해당된다. 이어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여 해결한 후에 열차를 다시 출발케 하는 것이 재수술(2차 수술)이다.
따라서 첫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에게 사고의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 조금 무리가 있다. 간단한 수술로 대부분 치유되는 양성 종양이 아니라 태아의 생명 보존을 위하여 언제라도 2차수 술이 필요할 수도 있는 질환이 자궁경부무력증이기 때문이다. 정상 초산모들의 조산 비율이 약 10%나 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런 경우 의료진의 잘못만 따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임상 현장에서 재수술을 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거듭 고민만 하다가 수술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도 여러 번 봤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 뿐이다. 절대 아기를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
조산 및 재수술 위험이 많은 자궁경부무력증 치료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자궁경부무력증 임신부와 가족의 능동적인 생각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길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