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을 정복하는 첫 걸음이 될까. 국내 한의사가 한약으로 희귀난치병 염증성 장질환을 한약을 치료하는 새 길을 개척했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한걸음한의원 이병희(사진) 대표원장은 염증성 장질환을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각 병증에 따라 옛 한의서 상한론에 등재된 고방(古方)한약을 중심으로 치료해 뚜렷한 효과를 봤다고 18일 밝혔다. 고방은 한의학에서 가장 오래된 의서중 하나인 '상한론 금궤요략'에 수록된 한약 처방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임상 연구결과는 대한한의학회와 일본동양의학회가 지난 달 29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2019 한일 학술교류 심포지엄 때 보고됐다.
한일 학술교류 심포지엄은 대한 한의학회와 일본 동양의학회가 양국을 오가며 10년째 공동 진행해온 국제 학술 행사다. 대한한의학회는 국내 한의사들이 주축이며 일본 동양의학회는 일본 의사들로 구성된 학술단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과 일본측에서 각각 2인 씩 주제 발표자로 나서 상한론 관련 임상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이 원장은 ‘고방을 이용한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임상실제'란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5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고 보고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의학에서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실제로 겪는 이상 증상에 다소 차이가 있음을 감안, 병증에 따라 세분하고 처방약도 달리한 것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베체트장염 등으로 분류되는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이중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은 특히 소장과 대장에 염증을 일으킨다. 복통, 설사, 혈변, 체중감소 등이 주요 증상이다.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 현상과 더불어 젊은 계층에서 발병율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특효약이 없어 신약 개발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서양의학에서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주사제제 등을 사용하고 있으나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에 따라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을 ▲호흡기형 ▲상부소화기형 ▲부종형 ▲복냉형 ▲대장기능 저하형 등 크게 5가지 형태로 분류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호흡기형은 비염을 동반하고 있는 환자들이며, 상부소화기형은 소화불량이 있는 유형, 부종형은 부종이나 소변 잔뇨감 등의 증상이 있는 유형이다. 또 복냉형은 찬 것을 먹을 때 증상이 악화되는 유형, 대장기능 저하형은 대변시 잔변감이 뚜렷한 유형을 가리킨다.고방
이 원장은 실제로 수개월에서 10년 이상 염증성 장질환을 앓아온 환자들을 이 5가지 분류로 선별한 다음 각각의 증상에 맞게 고방 한약을 선택해 개인맞춤 처방을 조성, 복용하도록 한 결과 장내 염증이 없어지고 설사와 혈변 등의 이상 증상도 눈에 띄게 호전됐다고 주장했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