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방탄소년단이 아미에게 “우린 우리대로 빛나”

[쿡리뷰] 방탄소년단이 아미에게 “우린 우리대로 빛나”

기사승인 2019-10-30 07:00:00

2년 전 겨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던 그룹 방탄소년단의 단독 콘서트를 기억한다. 당시 RM은 ‘본 싱어’(Born Singer)를 부르면서 원곡의 “내 꿈은 랩스타가 되는 거”라는 가사를 “내 꿈은 내가 되는 거”로 개사했다. 당시 불렀던 솔로곡 ‘리플렉션’(Reflection)에서는 “날 향한 좋고 싫음” 속에서 자신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길(“I wish I could love myself”) 바랐다.

전 세계의 선망을 받는 스타가 되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쉬워질까. 1년2개월여간 세계 23개 도시를 돌며 206만여 명의 팬을 만나고 돌아온 RM은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널 사랑하냐’고 제게 물으면,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러더니 곧장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지만 왠지 그럴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29일 오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 공연에서였다.

이번 공연은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8월 시작한 ‘러브 유어셀프’ 투어와 그 연장선에서 올해 5월부터 이어온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투어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방탄소년단은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음반과 지난 4월 발매한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 음반의 수록곡을 아울러 레퍼토리를 짰다. 단체곡은 물론이고 멤버 개개인의 솔로 무대와 보컬(진·지민·뷔·정국)과 랩(RM·슈가·제이홉)의 유닛 무대도 마련했다.

오프닝곡 무대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마치 신적인 존재 같았다. 위압적인 전자음과 속도감 있게 몰아치는 드럼 연주, 왕의 탄생을 알리는 듯한 짧은 아리아가 여러 번 반복되는 사이 무대 위의 은빛 조형물이 고개를 들었다. 무대는 어느새 신전이 됐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신들의 만찬 자리를 연상케 하는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세계 최정상 보이밴드로 자리매김한, 방탄소년단의 위세가 돋보이는 연출이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명성을 내보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디오니소스’(Dionysus)로 시작해 ‘소우주’(Mikrokosmos)로 끝을 맺는 세트리스트는 메시지 전달을 향한 방탄소년단의 고집스러움을 반영하는 듯 했다. 자신 안에서의 고민과 투쟁(‘Dionysus’ ‘Not Today’)은 사랑하는 이와의 연대(‘Trivia 承: Love’,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이어지고, 자신을 지워낸 사랑의 모순(‘Fake Love’)에 아파하다가도 결국 자신을 긍정(‘Idol’)함으로써 상대와의 진정한 사랑(‘Make It Right’, ‘소우주’)을 이뤄낸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공연의 메시지는 ‘너와 나의 사랑’으로 확장된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를 공연을 완성하는 또 다른 주인공으로 꼽을 수 있는 건 그래서다. 방탄소년단이 들려주는 자기 긍정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그것을 내면화한다. 전 세계가 놀란 아미의 충성도는 이런 깊은 교감을 통해 만들어졌다. 13만여 아미들은 26~27일과 29일 3일간 ‘우리가 같이였기에 우리의 가치가 빛나’, ‘서로의 손을 놓지 말자. 우린 서로의 의지니까’, ‘너를 이루는 모든 언어는 이미 낙원에’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들고 방탄소년단을 응원했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는 이날로 막을 내리지만, RM은 “우리가 스스로를 찾는 여정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분 덕분에 저는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의 단 한마디, 가사 단 한 줄이라도 여러분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진출이 본격화됐던 2년 전의 콘서트는 “걱정하지 마.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라는 ‘DNA’ 가사와 어울렸다. 그리고 이날 RM의 말은 공연 마지막곡이던 ‘소우주’의 가사를 떠올리게 했다.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중략) 우린 우리대로 빛나.”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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