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 심하면 각막궤양 올 수도 … 결막염에 안구표면 손상까지 유발
#내가 앓는 안구건조증 적정 치료에 염증성인가, 아닌가 판별 매우 중요해
#안구건조증 환자 10명 중 7명이 여성, 염증성 여부 등 정확한 진단이 중요
#미국 백내장 굴절수술학회, 술전 안구표면질환 알고리듬으로 MMP-9 검사 채택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초 중국발 황사가 한반도를 덮치면서다. 안구건조증과 결막염 등 눈 건강관리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은 세계적으로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건강을 위협하는 10대 요인'의 첫 번째로 '대기오염과 온난화'를 꼽았다. WHO에 따르면 매년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은 700만 명이나 된다. 한국인들도 미세먼지를 가장 심각한 환경 이슈로 꼽고 있다.
더욱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고농도 미세 먼지가 자주 발생해 건강 관리에 주의해야 하는 시기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오염도 홈페이지 '에어코리아'에 게시된 자료를 봐도 최근 1주간 제주, 부산, 울산 등에서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제주의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164㎍/㎥로, 3월 5일(118㎍/㎥) 기록을 넘어 올해 들어 최고치였다. 부산에서는 화요일인 지난달 29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97㎍/㎥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사흘 후인 이달 1일, 94㎍/㎥를 기록했다.
이렇듯 11월초에 미세먼지가 짙어진 것은 중국 북부지방과 고비사막 부근에서 발원한 황사가 한반도로 흘러드는 탓으로 분석된다. 현재 이 황사 영향은 대부분 물러간 것으로 보이지만 미세먼지 농도는 경기 남부, 강원 영서, 대전, 세종, 충북, 광주, 전북, 대구, 제주 등 거의 전국적으로 '보통'과 '나쁨' 수준을 계속 넘나들고 있어 계속 주의가 요청된다.
미세먼지는 우리 몸 건강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세 먼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눈'에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정태영 교수는 9일 "실제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을 때 안과를 찾는 환자가 늘어난다"며 특히 겨울철 건조한 날씨와 겹치며 악화되기 쉬운 안구건조증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안과 차흥원 교수, 미국 코넬대 안과학교실 크리스토퍼 스타 교수의 도움말로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눈 건강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스타 교수는 지난 2일 국내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9 대한안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첨석하기 위해 내한, 안구건조증에 관한 특별강연을 하고 4일 출국했다.
#결막염에 안구 표면 손상까지
미세 먼지 때문에 눈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이상 증상은 크게 4가지다. 결막염과 안구건조증. 눈꺼풀염, 안구표면 손상 등이 그것이다.
결막염은 안구에서 검은 동자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싸고 있는 투명한 막 '결막'에 염증이 생기는 안질환이다. 미세 먼지가 안구 표면에 남고, 눈물을 산성화시켜 결막을 자극하면서 발생한다.
정 교수는 "고농도 미세 먼지는 각막에서 염증 물질 '사이토카인'을 활성화시켜 안구 표면 염증을 유발하고, 이것이 안구를 건조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세 먼지가 속눈썹이 자라는 부분에 쌓이며 눈꺼풀염을 일으킨다. 미세 먼지 탓에안구를 촉촉하고 매끄럽게 하는 점액 분비량이 줄어들게 되면 안구 표면이 손상될 수도 있다.
미세먼지에 눈이 노출되면 주로 눈이 따갑거나, 시리거나, 이물감이 느껴지고, 충혈되는 증상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을 때 눈이 쉽게 충혈되거나, 충혈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사람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안구건조증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안구건조증 심하면 각막 궤양 올 수도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지나치게 많이 증발하거나 눈물 분비량의 부족 혹은 눈물 성분의 이상으로 인해 눈이 시리며 이물감과 건조함 같은 자극 증상을 느끼고, 심하면 안구가 손상되기도 하는 질환이다. 구체적인 증상으로 환자에 따라 △건조함 △따가움 △시력의 흐려짐 △빛에 민감해짐 △이물감 △과도한 눈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구건조증 환자는 여름철 냉방기나 겨울철 난방기를 가동해 실내가 건조해지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또 업무에 너무 집중해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들어도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차 교수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안구건조증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안구건조증으로 악화될 수 있고, 각막에 미세한 상처가 반복되거나 각막이 점점 뿌옇게 흐려지면서 심각한 각막 궤양에 이를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구건조증 환자 10명 중 7명이 여성
안구건조증은 특히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견된다. 전체 환자의 68.3%가 여성으로, 환자 10명 중 7명꼴이다.
차 교수는 “계절에 관계없이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상당수가 중년여성”이라며, “여성들은 중년에 접어들면서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겨 안구건조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폐경학회에 따르면 폐경 여성 10명 중 6명이 안구건조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경 여성들이 안구건조증을 많이 호소하는 이유는 눈물샘과 안구 표면의 염증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분비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안구건조증은 흔히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콘택트렌즈 착용, 안과 수술, 미세먼지 노출 등 여러 요인이 발병을 촉진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으로 국내 안과 병의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0년 약 186만 명에서 2013년 약 212만 명, 2015년 약 217만 명, 2016년 약 225만 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성 여부 등 정확한 진단이 중요
정 교수는 “안구건조증은 대부분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다"며 "무작정 인공눈물만 점안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담한 후 자신의 눈 상태에 맞는 개인맞춤 치료를 체계적으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안구건조증 검사에 사용되는 방법은 눈물 생성량 검사, 눈물층 안전성 검사, 각막 상피세포 상태 파악을 위한 염색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들 검사의 대부분이 다분히 주관적으로 이뤄지며 민감도나 특이도가 낮아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소량의 눈물 샘플을 채취해 염증 생체 표지자인 단백분해 효소(MMP-9) 농도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는 ‘인플라마드라이’(InflammaDry) 진단키트다. 미국 백내장 굴절수술 학회가 지난 8월 수술 전 안구표면질환 알고리듬(ASCRS Preoperative OSD Algorithm)으로 채택한 진단법이다.
인플라마드라이를 이용하면 눈물 내 MMP-9 활성도, 즉 염증이 있는지 여부를 간단하고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 민감도(85%)와 특이도(98%)가 높아 정확한 결과 산출이 가능하다. 그만큼 검사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각막 상피세포뿐만 아니라 눈물샘에서도 같은 종류의 단백효소가 분비돼 검사 시 반사눈물에도 영향을 안 받기 때문이다.
이 검사법은 코넬대 안과학교실 크리스토퍼 스타(사진) 교수와 미국 퀴델(QUIDEL)사 계열 벤처기업 RPS사가 공동으로 산업화한 것이다. 2011년 유럽전기안전(CE) 인증, 2013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잇따라 획득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한국과 독일, 스위스 등 26개국에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MFDS)가 2017년 시판 승인과 함께 건강보험 급여대상 신의료기술로 등재했다.
스타 교수는 "MMP-9 농도 측정을 바탕으로 하는 인플라마드라이 검사는 수술 전 환자의 안구표면에 염증성 안질환이 있는지 여부를 가려 선제적으로 치료함으로써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이물감, 충혈, 통증, 시력저하 또는 내안구염 등의 문제점을 피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안과학회 2019 추계 학술대회에 참석, 안구건조증 진단에 관해 특별강연을 하면서다.
실제 미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MMP-9 검사가 안구표면질환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83%에 달했다는 것. 나아가 경미한 안구건조증이라도 백내장 및 굴절 수술 후 환자의 수술 만족도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응답도 91%를 차지했다고 스타 교수는 전했다.
#인플라마드라이의 염증 식별력 탁월
MMP-9은 안구 표면의 상피세포가 자극을 받았을 때 생성되는 분해 효소로 눈물 체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염증 바이오마커이며, 특히 안구 표면 질병과 높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상 눈에서는 3~40ng/㎖ 범위로 존재하고 이보다 높으면 염증이 있다고 진단한다. 염증이 있으면 인플라마드라이 진단기에 빨간색 선으로 표시되며 농도가 높을수록 색이 더 짙게 나타난다.
안질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여 백내장 및 굴절 수술을 받기까지는 많은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수술 시 삽입할 IOL의 선택, 수술 후 일어날 수 있는 합병증의 확인, 비용 상담 및 여러가지 검사(생체값 측정, 각막곡률측정, 각막지형도, 각막단층촬영)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플라마드라이 검사는 10분 내로 빠르고 정확하게 안구 내 염증 수치(MMP-9 농도)를 확인해준다. 따라서 백내장 및 굴절 수술 전 검사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염증 검사는 왜 필요한가
안구건조증은 염증 동반 유무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염증성 안구건조증일 경우에는 면역억제제, 소염제, 항생제 처방으로 항염증치료를 적극 시행할 수 있으며, 비염증성 안구건조증일 경우에는 인공눈물, 누점폐쇄술, 오메가3 처방 등 균형이 깨진 눈물막을 보충해주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안과 협회(NCOOA: North Carolina Ophthalmology and Optometry Associations)는 2014년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인공눈물 사용자의 약 50%, 항염증제(사이클로스포린) 사용자의 약 50%가 안구건조증 치료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2007년 국제 건성안 워크샵 보고서에서도 대부분의 의사들이 안구건조증 진단과 치료 및 처방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 떼 객관적 진단근거에 따르기보다는 겉 증상에 맞춰 주관적으로 이뤄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동안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기 때문에 염증성 안구건조증 환자에게 인공눈물만 처방하거나, 반대로 비염증성 환자에게 항염증제를 투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 교수는 이번 특강에서 안구건조증 치료와 백내장 및 굴절 수술 시 일어날 수 있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술전 MMP-9검사를 중심으로 한 인플라마드라이 진단키트가 상당부분 해결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염증성 안구건조증으로 처방 받은 환자를 지속적인 검사를 통하여 추적 관찰할 수 있다는 것도 인플라마드라이 검사의 또다른 장점 중 하나다. 약 처방을 받은 후 일정 간격으로 병원에 내원해 인플라마드라이 검사를 해보면 표시되는 색깔의 농도를 가늠해 언제 염증 조절 약을 끊을 수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염증성 안질환 감별에 유용해
각막에 염증이 있으면 각막 표면이 불안정해진다. 굴절 교정 수술이나 백내장 수술에서는 특히 정확한 각막 측정값이 요구돼 염증이 있으면 수술이 부정확하고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높다. 따라서 수술 전에 인플라마드라이 검사를 시행하면 염증의 유무와 정도를 쉽게 확인해 수술 정확도 제고는 물론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우려를 지울 수 있다.
차 교수는 "인플라마드라이를 사용하면 각종 굴절수술이나 백내장 수술에서도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수술 후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