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홍보비 정보공개 요청에 버틸대로 버티는 용인시
행정력 낭비 알면서도 행정심판으로 시간끌어.
지난 8월 명확한 원칙과 기준 없이 집행된 경기도 용인시의 언론홍보비 내역이 공개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심지어 이런 홍보비 집행은 백군기 용인시장의 선거법 위반혐의 재판을 위한 입막음용이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홍보비 논란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송사(訟事)문제로 확대됐다. 시가 논란을 확대시켰다는 말도 나온다.
이 논란의 발단은 한 언론사가 용인시의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언론홍보비 집행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용인시는 검찰이 백 시장의 공소장을 접수한 다음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약 3억3000만 원의 홍보비를 집행했다. 같은 기간 용인시와 행정수요가 비슷한 수원시는 1억6000여만 원, 고양시는 110만원의 홍보비를 지출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밖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다수 밝혀졌다.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게 마련. 지난 10월 또 다른 언론사는 용인시를 상대로 지난 3년간의 언론홍보비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이번엔 용인시는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전임 시장 때의 일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라고 이 언론사는 전했다.
이 언론사는 용인시의 정보공개청구 거부에 대해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현재 몇 번의 보충서면이 오고간 상태다.
용인시 공보관실 관계자는 "이 행정심판에서 용인시가 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심판 결과가 나오면 그때 공개하면 된다"고 말해 행정력 낭비가 아니냐는 비난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이를 보면 용인시는 홍보비를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보공개를 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아니 누구를 위해 이런 고의적이고 소모적인 시간끌기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시민으로 하려금 무의미한 행위를 하게 만드는 것은 공무원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용인시는 질 것이 뻔한 행정심판을 시간을 벌거나 시민을 불편하게 만들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용인시는 지난 1년간의 홍보비 지출내역은 공개했다. 하지만 3년간의 홍보비 지출내역은 비공개하고 행정심판 청구를 하게 만들었다. 직권남용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 나오는 이유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면 5년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한 시민은 "용인시가 사람에 따라 공개 비공개를 결정하면 공정과 형평을 잃은 행정불신을 자초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질 것이 뻔한 행정심판을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것이며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이다. 이는 분명 경기도 행정을 방해하는 업무방해"라며 투명하고 공정치 못한 용인시 행정을 질타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시민의 세금 하나 하나를 어떻게 썼는지 당연히 밝히는 것은 공무원의 당연한 의무인데 그것을 밝히는데 주저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행정을 막기 위해서라도 홍보비 집행내역을 매달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런 언론홍보비 논란이 일자 용인시는 홍보비 집행의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설정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며 '용인시 광고시행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함에도 일부 언론인들은 홍보비 집행에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용인시가 지금까지 법이 없어서 공정과 형평을 잃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원칙과 기준이 있어도 그 집행내역을 당당히 공개할 수 없는 고질화된 지출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용인=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