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가요대전’ 리허설 사고로 이틀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5일 ‘SBS 가요대전’에서 영화 '알라딘' OST ‘스피치리스’(SPEECHLESS)를 부를 예정이었던 그룹 레드벨벳 웬디가 리허설 도중 2m 높이의 리프트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것이죠. 즉시 응급실로 이송된 웬디는 얼굴 부위 부상과 오른쪽 골반, 손목 골절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제 막 컴백한 레드벨벳 활동도 당분간은 어려워졌습니다.
인기 아이돌 멤버가 지상파 방송사에서 가장 큰 무대인 연말 공연에서 사고를 당한 것부터 충격적입니다. 팬들은 하루 전 진행된 리허설에도 리프트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안전 점검을 철저히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예견된 인재였던 것이죠.
더 큰 문제는 그 이후 벌어졌습니다. 사고 직후인 25일 오후 6시20분쯤 SBS 측은 세 문장으로 완성된 사과문을 공식 보도 자료로 각 언론사에 전했습니다. “‘2019 SBS 가요대전’ 사전 리허설 중 레드벨벳 웬디가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는 문장으로 사건을 요약 설명하고, “이에 레드벨벳이 가요대전 생방송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어 팬 여러분 및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레드벨벳 웬디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향후 SBS는 안전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문장으로 방송사의 입장을 밝힌 것이죠.
사과문을 본 대중은 더 크게 분노했습니다. 피해자인 웬디와 그 가족에 대한 사과가 없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SBS의 잘못으로 가수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는데 팬과 시청자에게만 고개를 숙이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죠. 사건의 무게에 비해 짧은 분량도 무성의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사고에 대한 경위나 사후 대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빠진 점도 문제였고요. 결국 ‘SBS 가요대전’이 열린 다음날에도 하루 종일 ‘웬디’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커다란 이슈가 됐죠.
결국 SBS는 두 번째 사과문을 발송했습니다. 이번엔 대중의 비판을 반영한 사과문이었습니다. SBS 측은 26일 오후 8시쯤 “웬디 씨는 물론 가족과 레드벨벳 멤버, 팬 여러분에게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고 이후 소속사와 협조 하에 웬디의 치료를 진행하고 있고, 진상 파악을 위해 내부조사단을 꾸렸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재발 방지 약속도 했고요.
다시는 벌어져선 안 될 사고입니다. 방송이 가수의 건강과 안전보다 중요할 순 없으니까요. 사과문을 두 번 쓰는 것 역시 어디서부터 잘못된 문제인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첫 번째 사과는 틀렸고, 두 번째 사과는 맞았다고 대중의 비판에서 벗어나도 될 일은 아니겠죠. 사과의 진정성이 전해지려면, 다시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것뿐 아니라 출연진을 대하는 방송사의 태도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매번 두 번, 세 번의 사과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닐 테니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