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옷입고 전통체험 나선 봉화어린이집 원생들-
-읍내 인근 전통마을 찾아 민속놀이 및 예절교육-
“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민속고유명절인 설을 열흘 앞둔 지난 15일, 고택이 즐비한 경북 봉화군 닭실마을(달실마을) 마을회관에 모처럼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어르신들의 웃음이 넘쳐난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봉화어린이집 목련반 원생들이 제법 의젓하게 세배를 한다. “두 손 모아 공수자세 그리고 손을 머리까지 올리고 절을 합니다.
”왁자지껄하던 어린이들이 봉화어린이집 김경숙 원장의 지도에 따라 새해 인사를 드리자 “어디서 이리 이쁜 아이들이 왔는고?” 할아버지들은 밝은 표정으로 허리춤을 뒤져 세뱃돈을 건넨다. 원장선생님이 원생들 예절교육 차 방문하게 되었다며 세뱃돈을 사양하자 어르신들은 “세상에 공짜세배가 어디 있느냐”면서 어린이들에게 세뱃돈을 건네며 덕담을 전했다.
세배를 통해 효와 공경을 배운 어린이들은 마을회관 바로 옆에 위치한 닭실한과를 찾았다. 우리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한과를 만드는 공방에서 어린이들은 한과만들기 체험과 달콤하고 고소한 한과를 맛보며 공방 할머니에게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과 한과의 유래에 관해 전해 들었다.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金鷄抱卵)의 형상을 한 지형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닭실마을이 명절을 앞두고 색동옷 어린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예로부터 닭실마을은 경주의 양동마을, 풍산 하회마을, 안동 내앞마을과 함께 삼남(충청도‧전라도‧경상도)지방의 4대 길지(吉地)로 손꼽혔다. 닭실마을은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였던 충재(沖齋) 권벌(權筏‧1478~1548) 선생께서 마을에 입양하신 이후 지금까지도 후손들이 지켜오고 있는 안동 권씨 집성촌으로 우리의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이 마을은 경상도에서는 닭을 ‘달’이라 했기 때문에 예전부터 달실마을로 불렸다. 이후 국어표준어법이 적용되면서 ‘닭실’로 고쳐 부르고 있으나 고유의 이름을 살려 달실마을로 혼용 사용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마을 입구의 경로당과 한과공방 방문 후 본격적으로 마을 돌아보기에 나섰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선생님들의 선창에 따라 아이들은 손을 맞잡고 신나게 설날 노래를 부르며 고택이 즐비한 마을 곳곳을 돌아보았다.
“이렇게 큰 집은 옛날에 누가 살았나요?” “흙으로 담을 쌓아도 넘어지지 않나요?” 어린이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겨울답지 포근한 날씨 속에 체험학습에 나선 어린이들은 넓직한 마을 도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음박질도하고 윷놀이와 딱지치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등 전통놀이를 즐겼다.
닭실마을 견학을 마친 원생들은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한 인근 바래미 마을의 토양고택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린이들은 넓은 고택 뒷마당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네와 널뛰기를 체험했다.
읍내 어린이집 마당에 있는 시소와 달리 전통 널뛰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뒤뚱뒤뚱 중심을 잡는 아이들 모습에 선생님의 웃음이 터졌다. 한복치마를 펄럭이며 그네를 타는 여자아이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 더 세게 밀어 주세요”라며 큰소리로 외친다.
전통놀이기구 체험을 마친 원생들은 고택 대청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님이 가래떡 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설날 음식과 차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권준후(7) 어린이는 “친구들과 할아버지에게 세배도하고 제기차기와 윷놀이를 하면서 재미있었다”며 “설날에 떡국 먹고 한 살 더 먹으면 초등학교에 가는데 엄마, 아빠 말을 더 잘 듣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봉화어린이집 김경숙 원장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종가집 고택이 있는 마을 곳곳을 돌아보았다. 우리 고유명절인 설날과 연관된 전통놀이 및 예절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봉화=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드론 촬영=왕고섶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