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마지막 설국 연출한 백두대간 조침령과 구룡령-
-옛 대관령휴게소 일대도 은빛나라 연출-
지난가을 “드론으로 내려다본 2019 가을풍경”을 통해 소개한 조침령을 지난 31일 다시 찾았다. 강원도 산간지역 폭설 소식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뉴스에 이어 화면을 장식했다. 눈 덮인 꼬부랑 빙판길을 오른다는 생각에 체인과 빙판용 스프레이 등 월동 장구를 단단히 챙기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하지만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아무리 달려도 눈은 보이지 않았다.
내린천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선지 얼마 안되서 마침내 산 정상주변으로 흰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침령을 가기위해 서양양IC를 빠져나왔다.
포근한 겨울날씨에 도로주변은 그늘진 곳을 일부 제외하고는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조침령 터널가는 길인 418번 지방국도를 만나면서 조심스럽게 저속기어롤 넣고 안전하게 터널을 향해 올라갔다.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와 양양군 서면 서림리를 연결하는 조침령터널(길이1,145m)은 한계령과 구룡령 사이의 동서 연결도로이다. 터널에 가까워지면서 산에는 나무마다 눈꽃이 활짝 펴 많은 눈이 내렸음을 확인 할 수 있었으나 도로는 제설작업을 모두 마친 상태여서 깨끗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판단이 잘 안섰다. 터널 입구 차량 대피소에서 드론을 띄우기위해 설치작업을 하는 중 때마침 지나는 제설차량을 만났다.
운전 기사에게 묻자 “눈이 내리면 즉시 출동해 제설작업을 하기 때문에 이제는 국도 어디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면서 “만약 이렇게 경사도 심하고 꾸불꾸불한 도로에 제설작업을 안하면 바로 초입에서 통제한다.”고 말했다.
조침령에게 간단히 취재를 마친 후 다음 목적지인 구룡령으로 향했다.
-새하얀 눈꽃세상 펼쳐놓은 구룡령 정상-
해발 1013m 구룡령(九龍嶺)정상을 통과하는 국도 제56호선(철원-양양)은 이름 그대로 용이 지나간 것처럼 구불거린다. 강원도(江原道)의 양양군(襄陽郡) 서면을 출발해 홍천군(洪川郡) 내면의 경계까지 아흔아홉구비를 지난다.
지난 주중에 구룡령은 30㎝가 넘는 눈이 쌓였으나 이곳 역시 제설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구비 구비 골짜기를 오르며 모처럼 눈 덮인 백두대간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오른쪽 창가로 멀리 양양과 인제 그리고 방태산의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차가 설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사진작가나 눈 구경을 나선 부부, 연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두들 설국(雪國)을 배경으로 최고의 인생 샷을 남기겠다는 자세다.
문명의 이기인 ‘드론’은 카메라를 메고 눈밭을 힘들게 올라가지 않아도 단 1~2분 안에 새로운 풍경을 모니터에 전송한다. 멀리 눈 덮인 숲속으로 기기를 날려 보내자 그 아래에는 눈 사이로 맑게 흐르는 계곡물과 흰 눈에 감싸인 뾰족 지붕과 굴뚝의 모습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기온이 떨어지면서 활짝 핀 상고대의 모습에 저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산 정상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상고대는 바로 아래의 눈꽃보다 더 밝게 빛나 마치 머리를 고르게 다듬기위해 이발사가 분가루를 넉넉히 바른 모습처럼 보였다.
절기상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인 오늘,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5도로 떨어지고 일부 내륙 지방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등 이번 주 내내 뒤늦은 겨울 한파가 몰아친다.
녹아내렸던 상고대가 얼마나 다시 피어날지는 모르지만 올 겨울 눈다운 눈을 못 보았다면 입춘 추위가 가시기 전 구룡령과 대관령으로 눈꽃여행을 추천해본다.
평창·홍천=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대기자·왕고섶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