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3일 ‘수도권 험지출마’를 공언한지 1달여 만에 종로를 출마지로 정했다. 장고에 지쳐가며 비난여론이 형성되던 당내에도 일단 환영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당장 불만의 진원지로 꼽히며 황 대표의 종로출마를 압박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공천관리위원회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김형오 공천위원장은 심지어 발표문을 전하며 “깊은 고뇌와 숙고 끝에 나온 결단은 피 끓는 당원과 나라를 사랑하는 전 국민에게 불신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관위원들은 헌신과 희생만이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엄정한 가치임을 서로 공유하고 또한 공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심장이 다시 뛰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100만 10월 항쟁의 진원지 종로에서, 위대한 국민의 애국심과 저항정신을 받들어 21대 총선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진영의 반응은 ‘안쓰럽다’는 쪽에 가까웠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황 대표의 종로출마 선언 직후 서면으로 “오랜 장고 끝에 종로 출마를 결심했으나, 당 안팎과 언론 등의 비판에 쫓겨 떠밀리듯 마지못해 나가는 모양새라는 비판을 면키는 어려울 듯싶다”고 논평했다.
나아가 “소신을 갖고 책임 있게 지역을 챙기는 대표자를 기다리고 있을 종로구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황 대표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마지못해 험지에 나섰어도, 선거운동은 정쟁의 틀에서 벗어나 당 대표답게 국민의 삶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과 함께 정정당당한 승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도 황 대표의 결정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밀려서 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달갑지는 않겠지만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여기저기 여론조사를 돌리다가 당 공관위에서 최후통첩을 받고서야 입장을 결정할 바에는 진작했어야 옳았다”고 비난 섞인 논평을 발표했다.
바른미래당은 한 술 더 떠 “황교안 대표가 갈 곳은 종로가 아니라 자신의 집”이라고 혹평했다. 강신업 바미당 대변인은 “황대표는 오늘 발표 이전까지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며 종로 출마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의 중진들에게 험지에 출마할 것을 종용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출마에 대해선 마냥 미적대는 모습도 보였다”고 힐난했다.
덧붙여 “황대표의 종로 출마는 결국 공관위의 압박과 부글부글 끓는 당내 비판에 따른 타율적 결정이다. 그렇게 자신의 정치적 운명 하나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황대표가 어떻게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는가”라면서 “구적폐가 신적폐를 심판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문재인 정권 심판은 바른미래당이 할테니 안심하고 집으로 가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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