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지역주의’ 양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우한폐렴) 방역망이 뚫리며 대구·경북(TK)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정부여당을 향한 지역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총 104명이다. 20일 하루 동안에만 확진자가 53명이 늘었고, 19일에는 확진자 중 사망자도 1명 나왔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거주자는 70명에 달한다. 문제는 TK지역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대구에 거주 중인 한 직장인(38·남)은 “중국인 입국을 봉쇄했어야 했는데 늦은 것 같다”며 “마치 영화처럼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데다 동선공개도 제한적이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 어딘지도 알 수가 없어 다들 밖을 나다니지 않는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 대구 여성(36·주부)은 “대구 어린이집 전제가 24일까지 휴원 한다고 하고, 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맡길 곳도 없어 24일까지 휴가 쓰고 셀프격리에 들어간다”며 “헬게이트가 진짜 열렸다. 없던 종교도 생길 판인데 정부는 뭘 하느냐”고 정부를 향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며 안 그래도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TK민심이 더욱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모습들도 관측된다. 이 여성은 “정부가 제대로 대처를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따위인데 민주당을 찍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남성(53)은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이냐. 코로나는 기름일 뿐이다. 경기가 위축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영업자들의 상황에 기름이 부어진 꼴”이라며 “이게 다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못했기 때문이다. 절대 민주당은 찍지 않는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구나 일련의 여론움직임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날 확진자가 추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에 직장을 둔 한 남성(58)은 “경기침체로 상가들이 문을 닫고 있는데 코로나로 사람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면서 “선거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정치평론가들은 코로나19가 정치권에 핵폭탄급 여파를 불러올 것이란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여당에게 결코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모든 정치권 화두를 뒤로하고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건강이나 안전과 관련된 이슈는 정부나 여당의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 사태를 어떻게 잘 마무리하느냐가 총선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야당들은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두고 정부와 민주당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며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김수민 국민의당 대변인은 “(정부여당은) 야당의 적극적인 대책마련 요구에도 정치적 공세로 치부했고, 심지어 대한의사협회장의 정치성향을 문제 삼아 방역전문가들의 충정어린 고언마저 외면했다”며 “방역마저 진영논리로 대응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코로나19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한 것을 두고 “책임지지도 못할 말들을 쏟아냈다”면서 “대통령, 총리, 여당이 일제히 허황된 낙관론을 퍼뜨렸다. 이 정권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고 근거도 없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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