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쿡] 종로의 선택...이낙연 ‘인물됨’ 황교안 ‘문 정부 싫어서’

[총선 쿡] 종로의 선택...이낙연 ‘인물됨’ 황교안 ‘문 정부 싫어서’

인물 대 정당 대결구도 연출… 남은 50여일, 부족함 채울 ‘행동’과 ‘공감’ 필요해

기사승인 2020-02-22 05: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대한민국의 미래 4년을 이끌어갈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까지 53일 남았다. 이에 도전자들의 발걸음도 점점 빨라지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도 선거를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이에 쿠키뉴스가 격전지와 전국 동향파악이 가능한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민심을 엿볼 여정의 두 번째 경유지는 정치1번지 ‘종로’다. 덧 말이 필요치 않은 지역이지만 부연하자면 지역구로써 종로는 여타 지역구 선거와 달리 정당정책에 대한 평가나 정권에 대한 평가적 성격이 많이 반영되는 지역이자 ‘정치척도’다. 특히 역대 대통령 다수가 종로에서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된 전력이 있어 대선을 향한 행보의 첫걸음을 장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종로로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이 여타 지역과 비교해 많다. 21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총 16명으로,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임선거대책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포함돼있다.

선거 때면 등장해 유권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허경영 씨가 당대표로 있는 국가혁명배당금당 소속후보는 5명이나 된다. 이밖에 미래통합당에 적을 둔 이들만 황 대표를 제외하고 5명, 바른미래당 소속이 1명, 민중당이 1명, 무소속이 2명이다.

지역구는 국회에서의 논의가 늦어져 아직 선거구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를 기준으로 ▲청운효자동 ▲사직동 ▲삼청동 ▲부암동 ▲평창동 ▲무악동 ▲교남동 ▲가회동 ▲종로1·2·3·4가동 ▲종로5·6가동 ▲이화동 ▲혜화동 ▲창신제1·2·3동 ▲숭인제1·2동로 묶인다.

유권자는 대체로 고령인구가 많고 청년층이 적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념적으로는 진보와 보수가 중도 쪽에 가까이 수렴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변수라면 종로구 서부 끝자락 독립문 인근에 위치한 교남동을 중심으로 최근 재개발이 이뤄지며 정치적 성향이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정도다.

이에 정치평론가나 정계에서는 선거에 앞서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분위기, 집권여당 및 야당들의 주장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합리적 유권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후보들도 정책 및 공약 홍보와 적극적인 활동을 통한 표밭 다지기가 관건인 지역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선거운동들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총선 선택 기준...이낙연 ‘인물됨’ 황교안 문재인 싫어서=하지만 아직까지 예비후보 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지지도에서 앞서는 인물은 없어 보인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조원C&I)가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종로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지도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에 따르면,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은 50.6%에 이르렀다.

반면 미래통합당 대표이자 박근혜 정권 당시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황교안 후보의 지지율은 35.8%로 이 총리와의 격차가 14.8%p나 벌어졌다. 이외에 인물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0%, ‘없음’ 혹은 ‘잘모름’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9.6%였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관련 기사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는 종로구를 직접 찾아 만난 13명의 답변과도 유사했다.

선거구로서의 종로 끝자락인 교남동 인근과 경복궁 일대의 청운효자동, 교남동의 반대편인 창신동과 혜화동 일대를 다니며 연령과 지역을 고려해 ▲투표의사와 후보의 선택기준 ▲현재 지지하는 후보 유무와 이유 ▲지역구의 문제점과 선출될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다. 응답자 13명 중 4명이 황교안 후보를, 6명이 이낙연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이 각 후보를 뽑겠다고 이유도 나름 명확했다. 종합해보면 이낙연 후보를 뽑겠다는 이유는 그의 인물에 대한 긍정적 평가 때문이었다. 반대로 황 후보를 뽑겠다는 이들은 정당에 대한 지지와 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를 정하지 못한 3명은 후보의 공약과 정치활동, 언행 등을 바탕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종로구 중 민주당 지지층이 두텁다고 알려진 종로5·6가와 창신동 등지에서 미래통합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다수 나왔다는 것과, 아직 명확한 정치색이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10억원이 넘는 고가 재건축아파트가 들어서며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됐던 교남동 일대에서 민주당의 지지한다는 응답이 오히려 많았다는 것이다.

종로 동부지역의 경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50년이 넘는 노후건축물들의 재건축 및 낙후지역의 재개발이 막혀 생활의 불편함이 극도에 달해 보수정당의 ‘정권심판론’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역으로 종로 서부의 경우 고가 아파트 임에도 여유 있는 30~40대 젊은 세대들의 유입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교남동에 거주하고 있는 한 남성(38·자영업자)은 스스로를 보수성향이라고 밝히며 미래통합당 대표인 황 후보를 뽑을 것이라면서도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이낙연 전 총리가 이사한 후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면서 “아파트에 이사 온 이들은 대체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젊은 사람들이기에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역으로 혜화동에서 민속주점을 하고 있다는 여성(58)은 “황교안 대표도 바른 말하고 바른 길을 걸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이낙연 후보가 좀 더 서민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고 공감하며 이끌어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낙후된 지역, 혼잡한 도로환경, 외부인들의 잦은 출입에 따른 불편함에 어려운 경제여건까지 겹쳐 보수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 높아지는 변수… ‘종로의 낙후된 환경’과 ‘코로나19 여파’=문제는 이낙연 후보의 입장에서 앞서간다고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총선까지의 시기가 50여일로 얼마 남지 않았다지만 큰 변수가 2가지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 대부분은 종로구의 가장 큰 문제로 ‘도로의 혼잡함’을 꼽았다. 각종 문화제와 행정기구, 편의시설 및 기업의 밀집해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아 좁고 낙후된 도로환경이 교통량을 소화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중로 서부는 출퇴근 시간의 정체와 대중교통의 수용한계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코로나19(우한폐렴)’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급격히 확산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지역경제도 급속히 악화돼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동대문과 대학로 등이 위치한 종로 동부는 중국인 등 유동인구에 의존한 지역경제가 핵심이기에 현 상황에 직격탄을 맞아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종로5·6가동에서 10여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점주(57·남)는 “10년 전만해도 유동인구가 많아 일방통행으로 지정된 도로였지만 점점 유동인구가 줄더니 문재인 정권 들어선 후로는 경기가 극도로 안 좋아졌다”며 “더구나 코로나까지 터져 당장 주변 상인들은 2월을 버티지 못할 것이란 말도 많다. 주변만 둘러봐도 상가에 공실이 넘쳐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약보다는 행동과 결과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정권과 여당이 남긴 건 서민들의 고통이다. 미래도 좋지만 당장 경제가 살아야 한다. 지금의 방식은 잘못됐다고 본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권의 창출 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미래통합당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나마 가능성이 높고 대안이 없어 황교안 대표를 뽑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창신동에서 재개발조합장까지 지냈다는 60대 남성은 “이낙연 전 총리 개인적으로는 인물도 좋고 겸손한 것 같다.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기자를 해서 그런지 신뢰도 간다. 반대로 황교안 대표는 공안검사였고, 아직까지 별다른 지도력을 보이지 못해 인물로는 밀린다”면서도 “그래도 황교안을 뽑을 수밖에 없다. 지금 종로 꼴을 보면 지금 정권을 어찌 믿겠냐”고 답했다.

한편 일부 응답자들은 종로 일대에서 주말이면 벌어지는 ‘집회’에 대한 불만과 종로구청 등 행정기관의 ‘행정편의적 집행’, ‘늙은 종로구’로 대변되며 젊은 세대 혹은 청소년들이 살기에는 부족한 주변시설과 열악한 환경, 오토바이 등 배달운송기사들의 위험한 운전과 법위반 등을 시급히 개선해야할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빠르게 해결해 줄 것을 바라는 모습도 보였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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