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대한민국의 미래 4년을 이끌어갈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까지 44일 남았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선거구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우한폐렴)가 확산되며 도전자들의 심정은 검게 타들어가는 모습이다.
이에 쿠키뉴스가 격전지와 전국 동향파악이 가능한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그 세 번째 경유지는 정의당의 핵심 지역기반이지만 이념적 색채는 크게 진보성향을 띄지 않는 지역구인 고양시 갑과 을 지역이다.
갑 지역구는 현재 ▲주교동 ▲원신동 ▲흥도동 ▲성사1·2동 ▲고양동 ▲관산동 ▲화정1·2동 ▲식사동으로, 을 지역구는 ▲효자동 ▲삼송동 ▲창릉동 ▲능곡동 ▲행주동 ▲행신1·2·3동 ▲화전동 ▲대덕동으로 흔히 ‘일산’으로 불리는 곳에서 서울에 좀 더 가까운 지역들이 묶여있다. 다만 갑 지역의 경우 인구상한을 넘어 선거구 확정 과정에서 일부구획이 변경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선거결과가 선거구 획정여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경우 동 단위의 선거구 변화가 있더라도 구성원의 분포가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고, ‘인물’ 중심의 선거형태를 보이는 지역으로 분류돼 전략적 후보공천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의당 대표인 심상정 의원이 버티고 있는 갑 지역에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인 문명순 고양갑 지역위원장을 단수 공천했다. 문 후보는 한국노총 중아위원과 문재인 후보캠프 금융경제특위 위원장도 역임했다. 같은 노동계 출신에 친문인사를 전략배치하며 저격에 나선 셈이다.
미래통합당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등록을 마친 통합당 소속은 이경환 변호사와 이연정 도서출판 봄비 대표, 백경훈 청사진 대표다. 특히 금번 인재영입을 통해 당에 들어온 백 대표는 심 의원과의 맞대결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은 아직 공천후보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을 지역도 마찬가지다. 정의당에서는 정책위원회 의장이자 19대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박원석 의장이 나선 상황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인 정재호 의원이 재선을 노리며 예비후보등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9일 정 의원의 공천배제(컷오프)를 결정한 후 전략지역으로 분류했다. 이어 1일 한준호 전MBC 아나운서를 단일후보로 추천했다.
통합당도 을 지역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다 지난달 27일에야 함경우 예비후보를 공천했다. 함 예비후보는 국회정책연구위원, 행정자치부 장관 정책보좌관, 한국당 중앙당 공보실장을 거친 당직자 출신이다. 정의당의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민주당과 통합당이 이를 드러내며 호락호락 지역을 내주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지역발전 주도할 인물 어디 없나요?”
정치권이 이처럼 ‘심상정 지키기’와 ‘심상정 타도’로 다투는 가운데 고양 갑·을 지역구 민심도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지지한다는 이들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들도, 인물보다 정당을 따진다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깊어진 정치혐오에 어느 누구도 뽑지 않겠다는 이들까지 있었다. 다만 이들의 판단기준은 ‘지역발전’으로 동일했다.
화정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40대 후반 직장인 여성은 “문재인 정부가 조국 정국부터 코로나19 사태대응까지 국민 정서와는 다른 결정들을 내리며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보수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다만 청렴하고 실력 있는 사람, 지역민의 의견을 상시적으로 청취하고 해결을 고민하는 사람이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화정역 광장 인근 주상복합에 살고 있다는 50대 후반 주부는 어떤 후보를 뽑겠느냐는 질문에 “다들 지키지 못할 말 뿐이었던 경우가 많아 이번엔 정부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후보가 누군지는 아직 모르지만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면서도 “공약 등을 보고 고양시에 도움이 될 인물, 지역민심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했다.
같은 곳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중반 남성은 “심상정은 뽑기가 꺼려진다”며 “걸출한 인물이고 한 정당의 대표로 전국적인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만약 당 대표와 지역구 의원으로의 역할이 충돌한다면 지역보다는 당을 위한 선택을 하지 않겠냐”고 지역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행신동에 거주한다는 자영업자(40대 후반, 남)는 “지지하는 정치적 방향성에 맞는 정당을 1차적으로 살펴본 후 경쟁당 후보를 포함해 인물을 비교한다”면서도 “만약 지지정당에서 공천한 후보가 적합한 공약을 낸다면 당연히 지지하겠지만 경쟁 정당 후보가 참신하거나 지역에 더욱 도움이 되는 공약을 낸다면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밖에 고양 갑·을 지역에 적을 두고 있는 8명의 응답자 중 정치혐오를 이유로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2명을 제외한 6명은 지지후보나 정당이 다르고 그 이유도 상이하지만 지역의 발전을 위한 후보를 뽑겠다는 기본 입장은 다르지 않았다. 이들을 포함해 대다수의 응답에서 드러난 공통점은 ‘뽑을 사람이 없다’ 혹은 ‘후보가 누군지 모른다’였다.
11명의 응답자 중 자신이 어느 선거구에 소속돼있으며 예비후보 중 1~2명이라도 인지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한 인물은 3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심상정 의원을 제외할 경우 후보를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명뿐이었다. 심지어 식사동에서 20여년간 거주하며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한 여성은 강한 정치적 혐오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18대 대선 이후로 선거를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수십년간 선거를 했지만 누굴 뽑든 달라지지 않았다. 다들 자기 기득권 챙기기에 바쁘고 싸움과 반목만 일삼았다. 다 똑같은 정치인들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한편 고양 갑·을 지역민들은 고양시 덕양구로 묶여 있는 일산과 고양 갑·을 지역의 격차, 고양 갑과 을 지역 내에서의 격차 또한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가장 첫 번째 개선과제라고 꼽았다. 이어 화정역 광장에서의 무분별한 혹은 지자체 등이 통제를 포기한 특정 종교·집단의 행사, 베드타운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위 등을 바꿔야할 핵심사안들이라고 강조했다.
원신동에서 태어나 27년여를 살아왔다는 토박이 청년은 “고양시 내에서도 개발이나 편의시설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특히 원당 주변의 개발이 시급하다. 아직도 여름이면 폭우에 집이 잠기고 피해를 입는 가정이 속출한다. 대부분이 토박이 어르신들”이라며 “복지도 좋지만 생존권이 우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회의원) 누가됐든 꼭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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