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리암 갤러거’ 록스타의 어제와 오늘

[쿡리뷰] ‘리암 갤러거’ 록스타의 어제와 오늘

기사승인 2020-03-12 06: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2015년 7월, 아일랜드 메이요주 찰스타운의 한 술집. 8시간 동안 흑맥주를 30잔쯤 마신 리암 갤러거에게 누군가 기타를 건넸다. 당시 리암 갤러거는 밴드 비디아이 해체와 이혼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비디아이의 두 번째 음반은 실패했고, 팀은 찢어졌으며, 미디어는 그의 사생활을 물고 뜯고 씹었다. 술에 취해야만 노래를 불렀다는 리암 갤러거에게, 그날 그곳에서 기타가 건네진 것은, 말 그대로 ‘기막힌 우연’이었다. 리암 갤러거는 이날 술집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자작곡 ‘볼드’(Bold)를 들려줬고, 이 모습은 유튜브를 타고 널리 퍼져 그의 솔로음반 작업의 시발점이 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리암 갤러거’(감독 찰리 라이트닝, 개빈 피츠제럴드)는 밴드 오아시스 해체 이후부터 리암 갤러거가 솔로 뮤지션으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아일랜드 술집에서의 마법같은 순간도 영화에 담겼다. 폴 매카트니, 롤링스톤스, 자미로콰이 등과 작업해온 찰리 라이트닝 감독이 지난 10년간 리암 갤러거의 곁을 맴돌며 그의 모습을 카메라로 기록한 덕분이다. 리암 갤러거와 그의 가족, 음악 동료, 여자친구이자 매니저인 데비 귀더의 인터뷰도 영화에 실렸다.

잘 알려졌다시피, 오아시스는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 형제가 주축이 된 밴드다. 팀은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형제는 늘 싸웠다. 급기야 2009년 8월 프랑스 파리 공연이 형제의 다툼으로 취소된 뒤 노엘 갤러거가 팀을 떠났다. 리암 갤러거는 남은 멤버들과 비디아이라는 밴드를 꾸렸지만 2013년 정규 2집이 참패하면서 이 팀마저 해체했다. 수렁에 빠져 있던 리암 갤러거를 구원한 건 데비 귀더였다. “당신이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 거야?”라며 리암 갤러거를 다시 양지로 끄집어냈다. 리암 갤러거는 아일랜드 술집에서 부른 ‘볼드’를 계기로 첫 솔로 음반 ‘애즈 유 워’(As You Were)를 내게 됐다. 음반은 전 세계에서 인기였고, 오아시스를 모르던 10대들에게도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는 노엘 갤러거와의 불화, 비디아이의 해체, 각종 스캔들로 인한 고충 등을 내밀하게 보여준다. 리암 갤러거는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잃고 난 후의 방황과 혼란부터 재기에 성공한 현재의 고민까지 가감없이 드러낸다. 음악에 몰두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음악의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많다. 특히 홀로서기에 성공한 리암 갤러거가 2017년 맨체스터 폭탄테러 희생자를 돕기 위한 자선공연에서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를 부르는 장면에선 가슴이 끓지 않을 수 없다. 맨체스터는 갤러거 형제의 고향이다. 당시 독일에 있던 리암 갤러거는 공연에 함께 해달라는 크리스 마틴(콜드플레이 보컬)의 이메일을 받고 당장 맨체스터로 날아갔다고 한다. 

리암 갤러거의 자녀들과 어머니, 갤러거 형제의 어린 시절 이야기처럼 사적인 영역도 다루는 영화다. 영화는 ‘당신이 알고 있는 리암 갤러거가 그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를 ‘알고 보면 마음 따뜻한 사나이’라거나 ‘방황을 끝내고 돌아온 영웅’으로 제시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꽃길과 비탈길을 오가는 와중에도 “나답게 사는 게 로큰롤”이라면서 자존감을 지키려는 뮤지션을 보여줄 뿐이다. 리암 갤러거 특유의 솔직함과 유머러스함은 자신뿐 아니라 영화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영화를 볼 오아시스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갤러거 형제의 재결합일 것이다. 리암 갤러거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어머니가 일을 나가면 음악을 큰 소리로 틀어놓고 형과 마리화나나 빨던 백수’라고 회상했다. “오아시스가 된 게 마법 같아. 저 위에서 뭔가 계획하고 있었던 거지.” 그는 노엘과 절연하고 지내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돌아가는 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머니 페기 갤러거와 매니저 데비 귀더에 따르면 리암 갤러거는 형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대답을 받지 못했다. 리암 갤러거는 “노엘은 엄청난 개새X이고, 난 그냥 개새X”라고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 둘의 화해에 막연한 희망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wild37@kukinews.com /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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