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끝까지 억울한 김재중이 모르는 것

[친절한 쿡기자] 끝까지 억울한 김재중이 모르는 것

기사승인 2020-04-02 12:37:06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지난 1일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날이었습니다. 이날부터 재외국민의 총선 투표가 시작되고, 모든 해외 입국자들의 2주간 자가격리 의무화가 시작됐습니다. 만우절만 되면 ‘뻥’하고 추락한다는 ‘설악산 흔들바위’ 가짜뉴스가 오전 중에 퍼졌지만, 설악산국립공원 측이 흔들바위의 건재함을 증명하며 무마됐습니다. 코로나19의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개학이 연기되는 등 이전처럼 만우절 농담을 쉽게 할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겠죠.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이 SNS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글을 올리기 전까진 분명 그랬습니다.

김재중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자신의 SNS에 “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파급효과는 컸습니다. 김재중의 이름이 빠르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팬들의 걱정이 SNS 댓글을 뒤덮었습니다. 국내 첫 연예인 확진자라는 기사가 쏟아졌고, 외신도 K팝 스타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전달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 중인 김재중의 말이 사실인지 소속사가 확인하기도 전에 벌어진 가슴 아픈 일입니다. 글을 올린 지 약 50분 만에 김재중이 글을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뒤엎기 전까진요.

김재중의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그는 “만우절 농담으로 상당히 지나치긴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셨다”며 “나를 지키는 일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라는 이야기해 드리고 싶었다. 이 글로 인해 받을 모든 처벌 달게 받겠다”고 적었습니다. 그의 만우절 농담에 웃거나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대신 코로나19로 장난을 쳤다는 대중의 분노가 쏟아졌습니다. 자신의 의도가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김재중은 “이 글을 절대 만우절 장난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글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약 1시간30분 후 조용히 해당 글을 삭제했죠. 그가 오후 9시쯤 두 번째 해명글을 올리기 전까진 그대로 논란이 종식되는 줄 알았습니다.

김재중은 코로나19 확진 농담을 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도 저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피해 받을 분들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정부기관과 의료진, 지침에 따르는 이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죠. 자신의 농담이 지나치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해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 생각했다는 해명도 덧붙였고요.

김재중의 바람은 이뤄졌습니다. 도를 넘은 50분간의 농담 하나로 김재중은 아이돌 팬을 넘어 전 국민의 비난을 받으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연예인 김**씨의 과한 만우절 장난 처벌 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현재(2일 오전 11시 기준) 1만2000명의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이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이 사건을 보도하며 그는 코로나19로 만우절 장난을 한 연예인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고요.

코로나19에 관한 경각심을 부각시키려는 김재중의 의도는 여러 번의 해명으로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여러 번 글을 올리고 수정하고 삭제하는 과정에서 그 역시 혼란스럽고 억울했겠죠. 스스로 선한 의도였다 믿을 것이고, 실제로 지난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4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의도를 전달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코로나19를 거짓말의 소재로 삼는 건 적절치 못했습니다. 스스로도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19로 피해를 받은 분들과 확산 방지를 위해 애쓰는 분들에게 그의 거짓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거짓말이 용인되는 날이라 생각되는 만우절을 택한 것도 패착입니다. 만우절 뒤에 숨어 용서받고 싶어 하는 뉘앙스로 읽혔고, 결과적으로 다른 날보다 더 큰 관심을 받게 됐으니까요. 무엇보다 아무도 재미있지 않은 농담이었습니다. 김재중은 과거 만우절을 기념해 3년 안에 결혼할 거란 말이나 콘서트에서 실신한 척하는 쇼를 벌인 바 있습니다. 당시 느낀 바가 없었다면, 지금이라도 이번 사건 관련 댓글과 반응을 찾아 읽는 게 좋지 않을까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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