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보건당국이 가수 휘성이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수면마취제 ‘에토미데이트(Etomidate)’의 마약류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마약류 지정 기준인 ‘의존성’이 프로포폴 등 다른 유사 약물보다 낮아 전문의약품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에토미데이트를 허가 외 용도로 오·남용 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고, 중독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참고로 에토미데이트는 수면내시경 검사 등에서 전신마취제로 사용되며 효능과 용법이 프로포폴과 비슷해 제2의 프로포폴, 제2의 우유주사로 불린다. 현재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마약류로 관리되는 프로포폴과 달리 에토미데이트는 전문의약품으로만 관리되고 있다. 향후 마약류로 지정되면 취급자 관리가 강화돼 진료 목적 외 사용으로 인한 오·남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에서 빠진 이유는 ‘낮은 의존성’ 때문이었다. 프로포폴이나 미다졸람 등의 진정제와 달리 중독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마약류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환각성, 의존성이 있어야 하는데 에토미데이트는 그냥 마취제이고 (의존성에 대해) 보고된 바가 없어서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마약류 지정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으나, 이번 사례는 약물의 의존성 문제가 아니라 허가 외 사용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접근이 어려워진 프로포폴 대신 비슷한 효과를 누리기 위해 에토미데이트에 접근할 수 있고, 그러한 목적 자체가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박진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프로포폴 등 진정제를 투여하게 되면 의식이 저하되면서 몽롱해지는데, 사람에 따라 이러한 느낌이 쾌락, 쾌감으로 느껴질 수 있고, 이것이 다른 중독성 약물처럼 뇌의 보상회로를 건드리면서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 교수는 “진정제 의존성 판단은 얼마나 많은 양을 투여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달렸다”며 “이들 약물은 검사를 위해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가 검사를 위해 진정제를 투여하는 것과 진정제 효과를 느끼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은 다르다. 약물 자체가 쾌락을 주거나 투여가 금지된 불법 마약은 아니지만 약물 자체가 목적으로 주객이 전도돼 불필요한 수술과 검진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출 정도보다는 환자가 쾌감으로 받아들이는지 아닌지를 봐야 한다. 특히 여러 연구와 사례들을 보면 오·남용 사례가 아예 없지 않아 의존성이 없다, 낮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에토미데이트로 수요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해당 약물의 수입 및 공급량도 크게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 수입량은 2010년 6만3000개에서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2011년 17만5490개로 2.8배 늘었다. 2018년에는 52만3920개가 수입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3배 증가했다.
또 미래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에토미데이트-프로포폴 공급현황’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 공급금액은 2014년 14억7000만원에서 2018년 23억7000만원으로 6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프로포폴 공급금액이 261억원에서 320억원으로 22% 증가한 것보다 증가율이 3배 가량 높았다.
박 교수는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 위험이 있지만 이러한 진정제는 의식을 떨어뜨리고 전신마취에 쓰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며 “수술 중에도 인공호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생명과 연관이 있고,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마약류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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