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연예계, ‘소신’이냐 ‘조심’이냐

총선 앞둔 연예계, ‘소신’이냐 ‘조심’이냐

총선 앞둔 연예계, ‘소신’이냐 ‘조심’이냐

기사승인 2020-04-14 08: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이달 초 연예계는 정치권과 ‘거리 두기’로 바빴다. 일부 후보자들이 드라마 속 캐릭터나 연예인의 이미지를 패러디한 홍보물로 민심 잡기에 나서자, 해당 인사들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모양새로 비칠까 반발했다.

배우 김서형의 소속사 마다픽쳐스는 지난 4일 공식입장을 내 “배우의 초상권이 특정 정당 홍보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김서형은 어떠한 정당의 홍보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생당이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김서형이 연기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의 대사를 패러디한 홍보 영상을 제작·배포하자 밝힌 입장이다. 

대구수성을에 출마한 홍준표 후보는 JTBC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박새로이를 패러디해 ‘홍새로이’ 캐릭터를 만들어 홍보했다가 입길에 올랐다. ‘이태원클라쓰’의 원작자 조광진 작가 및 판권을 보유한 카카오페이지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오준석 민중당 서울 동대문갑 후보 측은 ‘복면 래퍼’ 마미손의 이미지와 그의 히트곡 ‘소년점프’ 가사를 개사해 현수막에 게재했으나, 마미손 측의 반발로 홍보물을 철거했다. 강원도 원주갑 박정하 미래통합당 후보 측은 거리 유세에 EBS 대표 캐릭터 ‘펭수’를 연상케 하는 펭귄 인형탈을 동원해 논란이 일었다.

‘정치적 해석’에 민감한 연예계

연예계는 ‘정치 색’에 특히 민감하다.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공개 지지했다가 ‘정치적 프레임’에 갇히는 일이 부지기수여서다. 최근엔 연예인의 옷차림마저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는 근거로 해석돼 곤욕을 치른 연예인들이 많다.

배우 정준은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응원했다가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 회원들에게 무차별한 인신공격을 당했다. 정준은 일부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다음 날 미래통합당이 정준의 과거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이력을 문제 삼으며 고발 의사를 내비치자 “같은 프레임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서 악플러들을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가수 송가인은 최근 투표 독려 영상에 푸른색 계열의 옷을 입고 나왔다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뜻이냐’는 의심을 샀다. 급기야 팬클럽 ‘어게인’(Agian)이 나서서 “송가인님과 어게인은 특정 정당 및 정치적인 연관 관계가 전혀 없다”고 해명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유재석 역시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투표장에 파란색 모자와 신발,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좌파 연예인’으로 몰렸다.

“로고송 안 돼” “유세 지원도 조심”

당시의 악몽 때문일까. 유재석과 송가인은 자신의 히트곡을 어느 정당의 선거 로고송으로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유재석의 ‘부캐’ 유산슬이 부른 ‘합정역 5번출구’는 여야 모두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공동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유재석의 반대로 쓰지 못했다. 송가인의 ‘가인이어라’는 후보의 이름을 넣어 개사하기 편해 여러 정당에서 로고송 사용을 제안했지만, 소속사 측은 ‘투표 독려’ 같은 공익적 용도로만 노래 사용을 제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후보자의 거리 유세를 지원하는 모습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유명인들의 지원 유세는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과거부터 자주 사용된 선거 운동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후보자들이 대규모 유세를 지양하고 있어 정당과 연예인 모두 유세 지원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4년 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배우 이영애, 가수 태진아, 박상철, 윤형주 등이 전국 곳곳에서 친분이 있는 후보자들의 유세를 지원했으나, 이번에는 ‘혈연’ 없는 연예인들의 유세 지원이 끊기다시피 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친분만으로 유세를 돕기에는 연예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며 “정부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연예인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소신 행보 ‘눈길’

반면 여러 어려움에도 소신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방송인 김제동은 지난 11일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오태양 열린미래당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응원했다. 그는 같은 지역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고민정 후보와 “억수로 친하다”라면서도 “큰 정당도 좋지만, 정당투표는 우리 같은 ‘듣보잡’들의 목소리가 정치권, 세상에 울려 퍼지고 주목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변영주는 서울 강동갑에 출마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또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후보 중 한 명인 윤미향 후보에 대해서도 “윤미향 비례후보는 아주 오랜 시간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배우 김규리 배우는 충북 청주흥덕에 출마한 도종환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명필름 이은-심재명 공동대표와 정지영 감독은 심상정 정의당 경기 고양시갑 후보의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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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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