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800명 시설에 4000명 수감… 동남아 교도소 코로나19 집단감염 비상

정원 800명 시설에 4000명 수감… 동남아 교도소 코로나19 집단감염 비상

기사승인 2020-04-19 01: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이 지속되자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의 교도소에 비상이 걸렸다. 협소한 시설에 많은 재소자들이 ‘과포화’ 상태로 수감돼, 대규모 감염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8일 필리핀 현지 언론과 외신은 메트로 마닐라 케손시 교도소에서 재소자 9명과 교도관 9명 등 총 1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확진자 외에 교도소 재소자 30명이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손시 교도소는 60년 전 건립됐으며 수용 가능 정원은 800명이다. 그러나 현재 약 4000명의 재소자가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도소는 고질적인 재소자 과밀 문제를 겪어왔는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집권 이후 재소자가 급증하면서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과포화 상태의 교도소에서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할 위험성을 지적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이번 일은 경범죄 재소자는 물론, 몸이 아프거나 나이가 많은 재소자들의 조기 석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재소자들로 꽉 찬 교도소에서 코로나19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너무 늦기 전에 정부가 시급히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필리핀 교도소 재소자 23명이 대법원에 임시 석방 청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 재소자는 “과밀 교도소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대로 놔두면 교도소에서 엄청난 숫자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방안으로 재소자 석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복수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교정 당국은 격리, 접촉자 추적 조사, 시설방역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도소 과밀 문제는 미얀마에서도 불거졌다. 미얀마도 HRW로부터 교도소 ‘포화 상태’ 라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필리핀과 달리 미얀마 정부는 대사면 형식을 통해 전례 없이 많은 재소자를 교도소에서 방출했다.

지난 17일 윈 민 미얀마 대통령은 미얀마 전통설 팅얀을 맞아 전국 교도소·교정시설 재소자 2만4896명에 대한 사면령을 내렸다. 이는 전체 재소자 10만여명의 25%에 달하는 숫자다.

태국도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교도소 과밀 현상 해소에 나섰다. 태국 정부는 지난 15일 경범죄자·모범수 등에 해당하는 재소자 8000여명을 형집행정지·감형 등으로 석방했다. 

태국의 경우 현재까지 재소자 2명과 교도관 1명 등 총 3명의 교도소 내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달 말에는 태국 동북부 부리람주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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