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보고 싶다, 너의 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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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4-22 05:00:00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조선시대 강간 미수범에게는 장 100대에 유배 1000리의 처벌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오형(五刑) 가운데 하나인 장형은 큰 형장으로 죄인의 볼기를 치는 형벌인데요. 작은 회초리로 종아리 등을 치던 태형과는 다르게 목숨을 위협하는 무서운 벌이었습니다. 유배 역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죄인을 변방이나 섬으로 보내는 이 형벌은 일정 기간 특정한 장소에서만 살도록 생활을 제한합니다. 보통 2000리에서 3000리 정도 걷고 난 후에야 귀양 생활이 시작되고, 적기적인 물자 보급선이 닿지 않는 험지로 가기 때문에 삶을 연명하기 어려웠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유배는 당장의 죽음을 피할 뿐 결국엔 죽어야 하는 벌인 것입니다. 

미수가 이 정도인데 더 잔혹한 성범죄는 어땠을까요. 조선시대 미성년자 성폭행은 곧 ‘죽음’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세종 8년 11월17일. 평해(平海)에 사는 김잉읍화(金仍邑火)라는 사람이 8세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일이 일어났는데 형조로부터 교수형에 처할 것을 건의받은 세종대왕은 바로 사형 집행을 승인했습니다. 

2020년으로 건너와 보겠습니다.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이 사건 가해자들을 상대로 하는 신상공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름과 나이, 얼굴이 공개된 피의자들 이외에도 이른바 ‘관전자’로 불리는 회원 26만명의 신상 역시 공개하라는 거센 요구 때문입니다. 지난 3월 게재되어 이미 답변이 완료된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현재까지도 동의 서명 숫자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공분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죠.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의 주요 공범 강훈(19)이 제기한 신상공개 행정처분 취소 소송처럼 ‘피의자가 평생 가져가야 할 멍에를 생각하면 공익보다는 인권보호에 더 손을 들어줘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 동종범죄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차원 등 공공의 이익이 강훈의 장래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신상공개는 가혹한 사회적 사형선고일까. 형사 처벌에 앞서 내려진 징벌은 정당한 것인가. 여러 목소리가 있지만, 그간 디지털 성범죄 등에 대해 법원 선고가 관용적이고 처벌 수위가 낮았다는 점에 상응한 처형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n번방 가해자들이 저지른 범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사회적 고립은 피할 수 없는 책임입니다. 이들을 통해 일벌백계가 가능하다면 26만명이 아니라 260만명이라도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야 합니다. 추악한 영상을 보겠다고 범법에 가담한 자들. 주홍글씨가 무섭다고 느껴진다면 깨달음은 너무 늦었습니다. 끝을 피할 수 없는 벌, 현대판 유배는 이제 시작입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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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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