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재보궐·조국 열쇠 쥔 야권, 마지막 희망 ‘윤석열 검찰’

[21대 국회] 재보궐·조국 열쇠 쥔 야권, 마지막 희망 ‘윤석열 검찰’

③ 선거사범 포함 당선자만 100여명 수사 중… 劍, 신속·엄정 대응 시사

기사승인 2020-04-29 05: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고민정, 서영교, 안민석, 윤준병, 이상직, 이수진, 이재정, 태영호(태구민), 황운하. 21대 국회의 일원으로 뽑힌 국민의 대리자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검찰의 칼날 앞에 선 인물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100여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이다.

이에 지난 4·15 총선에서 참패를 경험해야했던 야권이 윤석열 검찰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때에 따라선 대규모 재·보궐 선거로 야권의 국회 내 의석수를 늘릴 수 있는데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높일 계기가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총장의 선택에 따라 차기대선주자를 확보하거나 지지를 얻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자정 기준, 검찰은 선거사범 1270명을 입건해 이미 구속된 9명을 포함해 16명을 기소했고, 1194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21대 총선을 통해 당선된 이들은 94명에 달한다. 여기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4명을 제외한 90명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들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20대 국회에서 발생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사건으로 기소된 미래통합당 소속 현직의원인 장제원·이만희·곽상도·송언석·윤한홍·김정재·김태흠·박성중·이철규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박범계·박주민·김병욱 당선인 등 14명이 있다.

27일 세금탈루 의혹으로 소속 정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양정숙 당선인이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지난 21일 첫 재판을 받은 최강욱 당선인 등 이번 선거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검찰의 조사나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리는 이들도 존재한다.

만약 이들의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서 법정 기준을 초과한 형량을 구형받을 경우 의원직 상실도 가능하다. 실제 최강욱 당선인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인 신분 혹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100만원을 넘는 벌금에만 처해져도 자격이 박탈된다. 패스트트랙 사태는 국회법 적용을 받아 벌금 5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검찰이 당선인의 35%에 육박하는 100여명의 운명을 1차적으로 쥐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바탕으로 볼 때, 혐의가 확정될 경우 일부는 확실히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비중이 높아 의석을 잃는 비중도 올라갈 수 있다. 그만큼 야권에게도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속전속결 방침 정한 검찰… 전문가들 “한계 뚜렷” 전망 = 이 같은 상황에 여권은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검찰이 선거사범 수사를 무기로 여권을 향해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선거가 끝난 후 윤석열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비롯해 검찰을 향한 범여권과 진보진영 지지자들의 압박이 강해진 이유로도 받아들여진다.

이 가운데 검찰은 ‘빠르고 엄중한 수사’를 약속했다. 대검찰청은 선거사범에 대한 처리원칙과 관련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직선거제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해 엄정 대응하고 있다”며 “당선자 등 중요사건에 수사력을 집중,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심지어 전국 청 내 공공수사부와 형사부, 반부패수사부 등으로 구성된 선거전담수사반을 마련, 오는 10월 15일까지인 공소시효 만료시점까지 특별근무체제를 유지하며 직접 수사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나아가 당선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신분자의 선거사건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해 엄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검찰의 강경한 태도를 두고 정치평론가 등 전문가들은 “검찰이 야권의 마지막 희망이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뚜렷한 대선주자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혁신과 개혁이란 과제까지 떠안고 180석에 달하는 거대 여당을 상대로 힘겨운 힘 싸움을 이어가야하는 야권의 입장에서 검찰의 행보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검찰이 야권의 기대와 같은 행보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 시한이 그리 길지 않은데다, 효과마저 희망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했다. 류재일 정치평론가는 윤 총장이 야권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냐의 질문에 “그렇다. 될 수 있다. 윤 총장 외엔 답도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이 보수의 마지막 보루일 시간도 2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선거로 인해 여권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정치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범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20대 국회가 끝난 직후까지가 현 윤석열 검찰이 여권을 위협하고 지금 수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한이라는 평가다.

그리고 류 평론가의 평가는 역시 정치평론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의 전망과도 닿아있었다. 배 소장은 같은 질문에 윤 총장 개인과 검찰을 분리해 “윤 총장 개인으로서는 충분히 야권의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포스트총선 정국에서 철저히 검찰의 역할에 묶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로 인해 현 윤석열 체제에서의 검찰을 지원할 수 있는 세력이 사실상 힘을 잃었고, 여당과 대통령이 주도하는 국면에서 공수처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검찰의 활동반경을 교과서적인 검찰의 영역에 국한시켜버렸기 때문에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나마 20대 국회가 유지되고 있는 1달여가 힘을 발휘할 기한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윤 총장 개인의 경우 검찰이 보여 왔던 강직한 이미지와 결과들, 앞으로 선거사범 등에 대한 객관적인 결과들을 바탕으로 국민적 신뢰가 높고 보수와 중도 층을 중심으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거론되고 있는 보수진영 대권주자보다 넓은 지지기반을 확보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미 지지율도 이들을 뛰어넘었다고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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