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100만명의 국민이 뜻을 모아도 헌법을 개정할 수 없는 ‘유신헌법’의 잔재가 존속하게 됐다.
20대 국회는 헌법에서 정한 표결시한을 하루 남긴 8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여·야 의원 148명이 동참해 발의한 ‘국민 개헌 발안제’ 도입을 위한 헌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172명의 의원이 불참함에 따라 ‘백지화’됐다.
이날 투표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전체 290명의 현역의원 중 118명만이 참여했다.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194명이 투표에 참여해야했다. 이에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민 개헌 발안제’ 투표결과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가 ‘불성립’했다고 선언했다.
투표에 앞서 개헌안에 대한 제안 설명에 나선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통합당 의원들의 본회의 불참이 사실상 예견됐던 만큼 ‘폐기’될 것을 예상하며 미래통합당을 향해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특히 원내대표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심재철 전 통합당 원내대표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다 표결 자체를 거부하는 야당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심 원내대표를 향해 “그런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고 비난의 화살을 직접 겨누기도 했다.
덧붙여 강 의원은 “20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손가락질 속에 마무리될 상황으로,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럽다”면서 “이것이 20대 국회의 민낯이다. 21대 국회는 이런 식의 ‘식물국회’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의 말도 남겼다.
한편 ‘국민 개헌 발안제’를 담은 금번 헌법 개정안은 30년 전인 유신정권 당시 헌법 128조 1항을 개정해 국민의 헌법개정안 발의권한을 제한한 것을 풀기 위해 25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과반의 참여로 지난 3월 6일 국회에 제출됐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은 “유신헌법으로 사라진 국민개헌 발안권을 국민께 돌려드려 개헌의 물꼬를 트고자 했던 것”이라며 “20대 국회는 개헌특위까지 구성했지만, 당리당략을 벗어나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다 주저앉아버렸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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