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 규제 덤터기 쓸라" 인터넷기업 우려에 여당·정부 '오해'

"차별적 규제 덤터기 쓸라" 인터넷기업 우려에 여당·정부 '오해'

기사승인 2020-05-14 04:00:00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텔레그램발 n번방 사태가 재발되지 않게 하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넷플릭스가 국내기업과 달리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것을 바로잡는 ‘넷플릭스법(정보통신망법)’, 재난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정보를 보호하는 ‘데이터센터 보호법(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이번 20대 국회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서둘러 들여다보고 있는 법안들이다. 해당 법안들은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뜻하지 않게 인터넷기업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는 상황에 처했다. 이는 차별적 규제에 대한 비판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법이 거꾸로 국내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즉 텔레그램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기업을 잡으려다가 외국 기업에는 규제를 못하고 애꿎은 국내 기업만 ‘규제 폭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인터넷기업협회와 체감규제포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정부 공개질의를 제기하며 이 같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의 입법취지와 시행령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질의에 대한 응답에 나섰다.

◇ “밴드 카톡 들여다보라는 말” vs “이미 네이버-카카오와 협의...헌법적 가치 침해 아냐”

우선 인기협 등 4개 단체는 불법촬영물의 유통 방지를 위해 이메일이나 개인 메모장, 메신저 등을 들여다봐야 하는 ‘사적 검열’을 강제하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인기협은 “민간 사업자에 사적 검열을 강제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어떤 보완사항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질의했다. 이 같은 지적은 자칫 국내 기업의 검열강화로 대거 ‘메신저 이동’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업계의 걱정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안정상 위원은 “이미 22조의 5 조항과 관련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과 네이버, 카카오 대표들과 전기통신사업법안 초안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법촬영물의 인지 여부 판단을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문제를 지적하여 삭제했다”며 “기존의 규정을 보완하여 불법 촬영물 유통을 신고나 요청에 의해 인식한 경우 필요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불법촬영물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관리적 조치란,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3에서의 ‘기술적 조치’와 유사한 의미로 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규제대상 사업자 기준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미가 네이버나 카카오 등의 대형 사업자들뿐 아니라 이 같은 기술적 조치를 외면하는 수많은 중소형 사업자들까지 포함하도록 부가통신사업자로 하여 법 적용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은 이 규정이 모든 정보를 대상으로 하는 조치가 아니라 기존의 ‘불법촬영물’에 추가로 ‘불법편집물’, ‘아동청소년용 음란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규정한 것으로 n번방 사태로 인한 국민적 요구를 최소한으로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자가 모든 이용자의 게시물 및 콘텐츠 전체를 들여다봐야 하고, 민간 사업자에 대해 사적 검열을 강제한다면 명백히 위헌”이라며 “만약 개정법률안의 규정과 관련한 소송이라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해외사업자에게 어떻게 적용?” vs “역외규정 신설”

이어 인기협 등 4개 단체는 텔레그램에서 발생한 n번방 방지법이 실제로 해외사업자의 메신저와 SNS서비스에 어떻게 적용될지 의문을 표하고, 해외사업자 대신 국내사업자에게만 의무가 추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해외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령 담보를 위해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역외규정’을 신설한 것”이라며 “역외규정 신설만으로도 완전한 법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을지도 모르나 최소한 그동안 이 규정마저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해외 사업자에 대해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버법적 조치를 할 수 없었던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역외규정 적용으로 규제기관은 좀 더 적극적으로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나아가 더 적극적인 국제공조를 통해 법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하는 것은 규제기관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력을 담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국내 사업자도 동일한 잣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데이터산업에 족쇄?” vs “데이터산업 보호일 뿐”

또 인기협과 업계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 등에 비해 공익성과 공공성이 낮은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재난관리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해외 클라우드 업체에게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데 비해 역차별 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는 네이버와 KT 등이 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대한 재난관리 조항이 추가된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에 장애가 발생한다면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재난예방을 위한 사전조치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는 반면,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은 재난에 대한 수습과 복구 등 사후적 대응 중심으로 되어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데이터센터는 재난관리계획 수립 및 이행과 재난 발생 시 보고 의무만 적용되고, 재난관리 전담부서 운용이나 통신시설 등급분류, 설비 통합 운용 및 설비운용 정보 공유등 기타 규제는 제외된다”고 못박았다.

해외사업자와 국내사업자 차별 우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국민의 안정적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을 위해 해외사업자도 국내에 일정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보유, 운영하고 있다면 규제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 개정안은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재난에 대비한 보호이지, 데이터센터가 보유한 데이터 자체를 점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울러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에 포함될 내용으로 의원 발의안에서는 ‘데이터의 보호’를 규정했으나 ‘데이터센터의 보호’로 수정되었음을 알렸다.

과기정통부는 “법률안이 국회에서 의결된다면 중복규제, 역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령 입안 과정에서 업계 등과 충분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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