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정부가 수도권에 한해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수도권 외 지역으로도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생활속 거리두기의 조건 중 하나로 제시했던 일일 확진자 '50명 미만'은 이달 들어서만 6번이나 깨졌다.
6일(51명), 7일(57명), 10일(50명), 12일(56명), 18일(59명)에 기준선을 넘어서더니 20일에는 67명을 기록했다.
또 다른 조건인 '감염경로 불명 5% 미만'은 무너진 지 오래다. 수도권 집단감염이 클럽, 물류센터, 교회소모임, 방문판매업체, 탁구장 등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기준선을 완전히 넘어섰다.
방대본은 2주 단위로 신규 확진자 가운데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 비율을 계산하고 있는데, 최근 2주간(6.7∼20) 이 비율은 10.6% 달했다.
이 기간 확진자 654명 중 69명이 깜깜이 환자로, 기준선의 배가 넘는 수준이다.
신규 확진자가 신규 격리해제자보다 많은 것도 부담이다. 6월 들어 전날까지 확진자는 918명이 늘었는데, 격리해제자는 446명에 그쳤다.
완쾌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를 떠난 사람보다 새로 생긴 환자가 472명이나 많았다는 것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병상 등 의료자원이 포화상태를 맞게 된다.
병상은 이미 여유가 없다. 중환자용 병상은 서울·경기·인천에 328개가 몰려 있지만,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 병상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38개에 불과하다. 서울에 24개, 인천에 10개, 경기에 4개가 각각 남았을 뿐이다.
방문판매업체 집단감염의 여파로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는 대전의 경우 중환자용 병상이 3개밖에 없다.
수도권과 대전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남아 있는 병상은 115개다. 극단을 가정해 하루에 확진자가 50명씩 발생하고 모두 입원해야 한다면 3일도 못 버틸 판이다.
정부가 전문가 조언을 토대로 금주 중 입퇴원 기준을 변경해 경증환자를 생활치료센터로 보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병상을 확보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 환자가 늘어나면서 위중·중증 환자가 많아져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기계 호흡을 하거나 인공 심폐 장치인 에크모(ECMO)를 쓰는 '위중' 환자는 17명, 산소치료를 받거나 38.5도 이상의 발열이 있는 '중증' 환자는 17명으로 총 34명이다.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 일별 위중·중증 환자는 20→24→25→27→33→33→3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유입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도 방역당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해외유입 신규 확진자는 이달 초 한 자릿수를 유지하다 지난 12일(13명)을 포함해 5차례 10명대 두 자릿수를 기록한 후 20일에는 무려 31명이 발생했다.
정부도 "수도권 감염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도권 외 지역으로 감염이 확산하고, 해외에서 확진자 유입이 증가하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현 국면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다만, 수도권에 한해 시행 중인 방역강화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거나 등교 중단까지 포함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하는 방안은 당장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신 감염 취약시설 점검, 거리두기 단계별 조치사항 구체화 등 '세밀한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교나 대형교회 등 대규모 시설은 관리가 잘되는 만큼 고강도 조치로 사회 전체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소모임이나 소규모 시설 등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찾아 확산을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그간 집단감염이 발생한 방문판매업체와 물류센터, 그리고 대형학원과 뷔페식당 4개 시설을 고위험시설로 추가 지정했으며, 입국자 중 확진자 비율이 높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 대해서는 입국 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또 해외유입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력 수요를 줄일 방법을 찾는 동시에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전파의 핵심고리가 된 음식점내 감염 예방 방안을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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