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전공의들의 수련도 차질을 빚고 있다. 때문에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고시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 따라 인턴과 레지던트는 3년 또는 4년의 수련 기간에 연차에 따라 달성해야 하는 교육 목표가 있다. 논문제출이나 타과 파견 등을 제외하고도 전공의가 봐야 하는 환자의 수와 참석해야 하는 학회의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6개월 넘게 전문과목학회의 학술대회가 개최되지 못하고 있어 전공의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수련병원의 경우, 일반 병동을 폐쇄하고 신규 입원과 일부 외래 진료를 축소 운영하면서 전공의가 충족해야 할 수술 건수와 입원, 외래환자 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해 그 피해가 크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수련 중인 A 전공의는 “입원 가능한 일반 환자 수가 평소의 10% 수준으로 사실상 수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외부 파견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파견 신청이 반려되는 경우도 많아 원내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전공의도 많다. 앞서 파견 다녀온 전공의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파견 전공의 자격으로는 뒤에서 구경만 하다 오기 일쑤이며, 내실 있는 수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수련의 대체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공통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일부 병동을 정리해 일반 환자를 수용하는 부분 정상화 방안이 추진되어 여력이 보이기는 하나, 그래도 가동 병상 수가 평소의 25% 수준으로 수련에 충분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그마저도 코로나 환자 급증으로 병상이 부족해지면 언제든 다시 코로나 격리 병동으로의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니 전공의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보건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지방정부의 해당 병원 운영 담당자는 수련은 담당이 아니라며 문제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관계부처와의 협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로 인해 애꿎은 전공의가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등 잡음이 많은 와중에 전공의 과정 미수료 사태로까지 번지게 하려는 건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대전협은 지적한다.
이에 대전협은 지난달 18일 26개 전문과목학회에 전공의 수첩의 필수 환자 수 및 증례에 대한 기준 검토 및 대체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전문과목학회는 온라인 학회 참석도 인정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온라인 집담회 등 온라인 학술 활동을 무료로 제공해 전공의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활의학회 역시 임시상임이사회를 열어 학술대회 참여요건에서 온라인 참석도 인정하기로 정했다. 몇몇 전문과목학회는 대한의학회와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코로나19 초기에 몇몇 병원은 임시 폐쇄를 겪고 전공의들을 급하게 파견 보내 수련을 이어나가기도 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담병원으로 전환된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몇 개월 동안 코로나 환자 진료에서도 배제되고 일반 환자까지도 만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로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질적인 수련의 취지를 생각해 이 상황에서 의학회가 전공의들을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고민해줬으면 한다”며 “대전협은 의학회 및 각 전문과목학회의 현명한 조치를 기다리며, 전공의들이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을 갖추고 제대로 수련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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