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불발된 것과 관련 노동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화의 불씨를 지속적으로 지펴야 한다는 의견과 노사정 최종 합의안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따르면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에서 노사정 최종 합의안에 대한 추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과반의 중집 위원들은 합의안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타개를 위한 노사정 대화를 진행해왔다. 이는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노사정은 최근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내부 반발이 거세지며 합의문 발표는 무산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중집에서 추인이 이뤄지지 않자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 오는 20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을 올려 재차 논의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지난달 29일~30일 중집을 열고 노사정 합의안 추인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지난 1일에도 노사정 협약식을 앞두고 추인을 받으려 했으나 내부 구성원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사회적 대화의 최종안은 의미가 있다”며 “재난 기간 비정규 취약 노동자 보호,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아프면 쉴 수 있는 상병수당, 임금 양보론 차단 등 우리가 처음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취지에 맞게 주요 내용이 만들어졌다. 이것을 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부 반발은 크다. 민주노총 일부 조합원들은 노사정 합의안에 코로나19 기간 해고 금지와 같은 기존 노동계의 요구가 수용되지 못 했다고 비판했다. 정리해고의 합리화 근거가 될 수 있는 조항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가 노동시간 단축과 휴업·휴직 등 고용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경우, 노동계는 이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등에 대한 보호 조항이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임시 대의원대회 소집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다수의 중집 위원들은 3일 성명을 통해 “김 위원장은 노사정 잠정 합의문에 대한 중집 성원의 합리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끝내 임시 대의원대회 소집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한 채 회의를 마쳤다”며 “조직을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일방적 임시 대의원대회 소집 선언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노총에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해서라도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노총은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코로나19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노총의 사회적대화’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한국노총 측은 “노사정 합의안 결과를 빠른 시일 내에 정책 및 제도개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행 점검 및 후속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며 “경사노위에서 이행점검을 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후속활동을 전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우회적 비판도 있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민주노총이 20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는데 개최 자체가 확실하지 않다고 본다”며 “코로나19 문제가 장기화하고 피해가 집중적으로 현장에서 나타나는데 마냥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이 모두 참여한 노사정 대화는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IMF)’ 노사정 대타협 이후 처음이다. 당시 노사정은 사회협약을 통해 노동유연성을 위한 정리해고제의 조기 실시와 파견근로제의 법제화, 사회보장제도 확충, 고용 안정 및 실업대책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며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반발해 노사정 대화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에 일체 참여를 거부 중이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