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고령환자 인공관절 수술 가능하다.
#글//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35% 이상 되는 ’초 고령사회’로 진입한다는 통계청의 전망도 있었다. 실제로 2018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 5162만9512명 중 80세 이상 인구는 총 233만31명으로, 전인구의 약 5%나 된다. 바야흐로 ‘100세 장수시대’가 목전에 와있는 것이다.
‘100세 삶’의 보편화를 상징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는 2009년 유엔이 처음 사용한 용어다. 물론 이 말이 단순 ‘장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게 잘 사는 것 (living well)’도 포함하는 용어다.
실제로 고령화는 ‘노후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인식을 뒤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중증질환을 치료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오늘날에는 미관적 문제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질환까지도 적극 치료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다. ‘인공관절 치환술’로도 불리는 이 수술은 낡고 고장 난 자연 관절을 대신해 새로운 관절, 즉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최근 의료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인공관절 수술이 연간 100만 례에 육박할 정도며 국내의 경우 10만 례에 근접할 정도로 보편적 수술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80세 이상 고령의 퇴행성 관절염 환자 중에는 아직까지도 ‘인공관절 수술’을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 왜 그럴까?
먼저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어르신이 많다.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섣불리 고령환자의 수술을 결정할 수 없다. 고령환자의 경우 수술 중 ‘색전증’ 등 합병증의 위험이 있으며 수술 난이도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 심지어 상급 의료기관도 고령환자의 수술을 반기지 않는 눈치다.
최근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 발표된 인공관절 수술 통계에 따르면 ‘75세 전’ 수술 케이스와 ‘75세 이후’ 수술 케이스의 수술 결과를 비교해 보았을 때 두 케이스 모두 양호한 것으로 보고 되었다. 다시 말해 7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도 인공관절 수술결과가 좋게 나온다는 보고다. 물론 고령자의 경우 근력이 약하기 때문에 수술 이후 상대적으로 재활이 길어질 수 있으며, 수술 중 합병증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긴 하다.
고령층의 인공관절 수술부담이 이 같이 줄어든 데는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의 개발 등 수술 시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효과는 높이는 식으로 퇴행성관절염 치료법이 계속 발전한 덕분이다.
최근 괄목할 진보는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법’의 등장이다. 필자의 병원에서도 80세 이상의 고령환자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300여 건 시술이 이뤄지는 수술법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시킨 이 수술법은 환자 개인마다 다른 무릎관절과 뼈 모양을 분석해 환자에게 꼭 맞는 ‘맞춤형’ 인공관절과 수술도구를 사전 제작하여 수술을 시행하는 방법이다. 획일적으로 같은 크기와 모양의 인공관절과 수술도구를 사용하는 기존 수술과 비교해 수술시간의 단축은 물론, 수술의 정확도 향상, 감염 및 합병증 예방, 인공관절의 수명 연장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수술 중 환자의 출혈량을 감소시켜 수술 후 뜻밖의 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색전증’과 ‘폐색전’ 부작용이 일어날 위험성도 낮출 수 있다.
앞으로 초고령화 사회엔 건강한 삶의 질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법은 바야흐로 건강한 100세 삶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