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평범한 위인전은 아닙니다, 뮤지컬 ‘마리 퀴리’

[쿡리뷰] 평범한 위인전은 아닙니다, 뮤지컬 ‘마리 퀴리’

기사승인 2020-08-19 07:00:04
▲사진=라이브 제공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퀴리 부인이 아닌 ‘마리 퀴리’. 뮤지컬 ‘마리 퀴리’는 폴란드 이민자이자 여성인 과학자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숱한 차별 속에서 이름 대신 여러 별칭으로 불렸던 그는 새로운 방사성 원소를 발견해, 원소주기율표의 빈자리를 채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한다.

‘마리 퀴리’가 다시 돌아왔다. 올해 상반기 재연을 통해 관객과 만난 지 약 4개월 만이다. ‘뮤지컬 스타’ 배우 옥주현이 마리 퀴리로 새롭게 합류했고,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으로 무대를 넓혀 상연한다.

이 공연은 창작뮤지컬 공모전인 2017년 ‘글로벌 뮤지컬 라이브’ 시즌2의 최종 선정작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초연했다. 공연을 거듭할 때마다 규모와 완성도 면에서 인상적인 발전과 성장을 보이며 주목할만한 창작극으로 떠올랐다.

저명한 과학자의 일생을 다루지만, 평범한 위인전으로 흐르지 않는다. 과학자 마리 퀴리의 성과와 그에 따른 고뇌를 다루는 동시에, 1930년대 실제로 있었던 ‘라듐걸스’를 상징하는 가상의 인물 안느 코발스키를 내세워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마리와 안느의 관계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여성 서사와 연대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두 사람은 파리행 기차에서 만난다. 마리는 소르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파리로 향하는 기차에서 같은 폴란드 출신이자 일거리를 찾으러 떠나는 안느의 도움을 받는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주기율표가 적힌 종이와 고향 땅의 흙인 ‘길잡이 흙’을 교환하고 친구가 된다.

마리는 여성이자 이민자이기 때문에 차별을 겪으면서도 과학과 연구에 매진해 방사성 원소 폴라늄에 이어 라듐을 발견한다. 주기율표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그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아울러 마리는 인류의 번영을 위해 라듐에 관한 정보와 정제법을 무상으로 공개하기로 하고, 세상은 곧 새로운 빛이자 에너지 라듐에 흠뻑 빠져든다.

1막이 차별과 역경을 딛는 통쾌함으로 채워진다면, 2막은 라듐의 유해성을 알게 된 마리의 고뇌와 안느의 투쟁으로 이어진다. 같은 곳을 보면서도 손을 맞잡을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은 끝내 절망의 끝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자 희망이 된다. 마리는 거울 같은 안느를 통해 두려운 현실을 마주한다. 빛만큼 강한 어둠을 피하지 않는다.

무대와 소품도 볼거리다. 대극장의 위용 대신 섬세하게 꾸며진 회전무대가 눈길을 끈다. 풍성해진 넘버도 귀를 사로잡는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그댄 내게 별’ 등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를 맴돈다.

무엇보다 배역과 한몸이 된 배우들의 연기가 놀랍다. 지난 12일 공연 무대에 선 옥주현은 ‘마리 퀴리’ 그 자체였다. 안느 코발스키 역의 배우 김히어라를 비롯해 1인2역을 오가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안정적이다.

다음달 27일까지 공연. 150분.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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