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기록 세울 김현미…집값은 잡을까

최장수 기록 세울 김현미…집값은 잡을까

취임 첫날부터 다주택자와의 전쟁…“정책 실패 vs 더 지켜봐야” 평가 갈려

기사승인 2020-09-19 10:02:2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곽경근 기자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음 주면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기존 최장수 장관인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2008년 2월 29일부터 2011년 6월 1일까지 약 3년 3개월(1천189일) 재직했는데, 2017년 6월 23일 취임한 김 장관은 이달 23일이면 정 전 장관과 재임 기간이 같아지고 그 이후에는 더 길어진다.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부처 수장 자리를 3년 넘게 지켜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한두 달이 멀다 하고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과의 전쟁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왔지만, 지금으로선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 후한 점수를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 규제의 완성과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 발표 등으로 다락같이 오르던 집값 상승세가 일단 한풀 꺾인 모양새여서 그에 대해 평가를 하기엔 이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집값 잡아야 하는데…”, 녹록지 않은 시장

김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하는 순간부터 자신이 국토부 수장이 된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취임식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띄워놓고 다주택자의 투기 때문에 강남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역설하며 부동산 투기세력에 대한 강력대응 방침을 선포한 것이다.

그는 왜 취임식 때부터 그토록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 했을까.

강남 집값과의 한판 전쟁을 벌였던 노무현 정권을 계승하는 문재인 정부의 색깔을 보여주는 제스추어도 됐겠지만, 그만큼 당시 부동산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문 정권 출범 전부터 부동산 시장은 오랜 침체기를 지나 상승장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가 풀렸는데, 어느덧 경기 사이클이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집값이 요동치고 청약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다.

지금은 일반인에게도 익숙해진 부동산 지역규제 용어인 조정대상지역도 박근혜 정부인 2016년 11·3 대책에서 나왔다.

김 장관은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된 그해 8월 투기과열지구를 부활시키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이듬해 9·13 대책과 작년 12·16 대책 등을 이어가며 청약은 물론 대출과 세제 등 전방위로 규제의 끈을 조였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 계획 등 주택 공급 대책도 병행했다.

하지만 대출을 막아도 생각보다 현금 부자가 많았다. 세금을 높인다고 해도 다주택자들은 버티기를 선택했다.

집은 투자하는 곳이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라고 외치며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대책을 내놔도 정작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도 기회가 되면 집을 통해 자산증식을 하고 싶어 했다.

엘리트 공무원들이 밤을 새우며 궁리해 대책을 내놔도 자기 돈을 걸고 투자하는 실전 투자자들은 규제의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무엇보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맞아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대거 쏠리면서 시중 유동성이 너무 많은 게 근본적인 문제였다.

수도권 집값은 부동산 대책으로 잠시 안정화되는 것 같다가도 대규모 개발 계획이 발표되는 등 호재만 나오면 다시 고개 들기를 반복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김 장관이 취임한 2017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5.71% 올랐다.

다른 민간업체 자료에선 아파트값 상승률이 훨씬 높아 어느 통계를 봐야 하는지 논란이 이는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KB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토대로 서울 아파트값이 문재인 정부 들어 52% 넘게 뛰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곽경근 기자
크게 흔들린 김 장관, 위기 넘길 수 있을까

어느 해라고 쉬울 때가 없었겠지만 김 장관에겐 올 상반기가 가장 큰 고비로 인식될 전망이다.

살벌한 수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오히려 크게 요동치며 정책의 효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표출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무엇보다 6·17 대책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작년 12·16 대책으로 수도권 집값이 안정세를 찾았지만 일부 비규제 지역에서 청약시장이 과열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국토부는 풍선효과를 완전히 막겠다며 6·17 대책을 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인천과 대전 등지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규제지역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대책의 후폭풍이 거셌다. 서민 거주지역도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선의의 실수요자 피해자가 속출한 것이다.

겨우 집값 조달 계획을 맞춰놓고 집을 청약받았더니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묶였다는 이유로 예정된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아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대책의 약발도 먹히지 않아 집값은 오히려 더 뛰었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피로감은 '그러면 그동안 집값은 잡았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졌고 '공직자들은 얼마나 모범을 보였느냐'는 의구심으로 번졌으며, 이는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논란으로 비화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됐다.

결국 김 장관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문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아 7·10 대책과 8·4 공급대책을 다시 내야 했다.

이후 집값의 급격한 상승세는 꺾인 모양새다. 감정원이 발표한 서울 강남 집값 변동률은 몇 주간 0%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서울 KB 리브온 매수우위 지수는 92.1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이 안되면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강화된 종부세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의 영향으로 '패닉바잉'이 해소되고 집값이 하향 안정화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토부 장관직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집값이 다시 잡히는 모습을 본 뒤에야 굴레와 같은 장관직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변에선 김 장관이 작년에 장관직을 내려놓고 총선에 나갔으면 딱 좋았을 것이라며 안쓰럽게 보는 시각이 많다.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김 장관이 본의 아니게 눌러앉았고, 그러다 보니 올 상반기 큰 위기까지 맞게 됐다는 것이다.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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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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