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옛 미대사관직원숙소 부지를 서울시가 공원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원으로 꾸며지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아 보인다.
당장 소유권 확보를 위한 방안이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 회의에서 송현동 땅을 공원으로 지정하는 결정을 내린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제3자 매각방식으로 해당 지역의 소유권을 서울시가 갖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올해 말까지 해당 토지를 매각해 내년 초까지 대금을 받는 조건으로 LH에 4670억원 상당의 토지를 매각하면, 서울시가 LH에게 그에 상응하는 금액의 서울시 소유 유휴지 등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LH는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LH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서울시에서 추석 전에 이런 제의를 한 적은 있다”고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다른 대안을 찾자고 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사업방안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해 당혹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시가 송현동 땅을 받는 대가로 시유지를 LH에 넘길 경우 LH는 개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시유지의 용도나 상태에 따라 도시계획이나 부지에 속한 지목의 변경 등 후속조치가 필요해 여러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공원화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LH 고위 관계자와 이 방안을 놓고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국민권익위 중재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구체적인 후보지를 제시하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앞서 검토된 강제수용방식보다 수용성이 높은 대안인 만큼 공원화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적절한 교환대상만 확보한다면 행정소송 등의 우려가 있는 강제수용 방식보다 원만하게 사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제3자 매각방식이 성과를 거둘 경우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큰 서울 도심의 땅을 공공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켜냈다는 명분과, 당초 계획대로 해당 부지의 공원화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
다만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도 걸림돌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서울시의 일방적인 지구단위 계획변경안 강행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권익위에 제출했다. 이에 권익위는 3차례의 출석회의와 실무자회의, 기관장 면담 등을 진행해왔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이성찬 공공개발기획단장은 “권익위가 중재하는 첫 번째 출석회의 때 공원화를 결정했다. 첫날 공원화 지정에 대한 부당이나 위법성은 없다고 확인해줬다. 모든 변호사가 들어와서 확인했다”면서 조정논의가 가격과 지불시기 및 계약방식 등으로 넘어간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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