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전 정부 탓’에도 유지되는 지지율… 비결은?

정부여당의 ‘전 정부 탓’에도 유지되는 지지율… 비결은?

집권 전부터 만들어온 여당의 ‘선한 권력’ 프레임과 대결구도, 힘없는 야당의 추락

기사승인 2020-11-01 05:00:0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처리를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사진=청와대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우리가 현실적으로 바라는 건 ‘선한 권력’이지만, 권력 주체가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는 건 매우 위험하다.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남 탓’의 상례화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논객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난 26일 출간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며 쏟아낸 우려다.

하지만 문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집권 3년차 중반을 넘어섰음에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로 지난 27~29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30일 공표된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은 43%를 유지했다. 

부정평가는 45%에서 46%로 올랐고,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문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과 부정률은 8월 중순부터 계속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조사해 30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45.0%(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였다. 지난 7월 44.4%로 내려온 후 40%대에서 ‘박스권’을 유지 중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p)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2.0%p 오르며 47.6%를 기록, 40대 후반을 보이기도 했다. 반대로 부정평가는 48.3%로 1.3%p 하락했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도 전주보다 1.6%p 오른 36.7%를 기록했다.

앞선 6명의 대통령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결과다. 80%를 넘는 지지율로 시작한 문 대통령이 여전히 40%대 중반을 오르내리는 지지율을 보이는 지금, 6명의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80%를 넘어선 지지율을 기록했던 이력이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노무현 대통령은 10%대, 김대중 대통령은 20%대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시정연설에 앞서 항의시위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청와대

◇ 높은 지지율의 비결은 무엇일까?

강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과 정치 프레임은 ‘적대적 공생’”이라고 풀이했다. “보수의 수준이 진보의 수준을 결정하고, 진보의 수준이 보수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고 열성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운영을 펼친다”고도 했다. 

정부정책에 반대하면 ‘극우 보수’요 찬성하면 ‘애국 선민’이라는 갈라치기를, 정책실패는 보수정권, 소수의 이기주의자, 가짜뉴스 생산하는 언론 때문이라는 남 탓 ‘좌표찍기’를, 정부여당의 잘못은 시스템이나 여건문제 그도 안 되면 보수정치인과 비교하거나 새로운 명명법(네이밍; naming)으로 부정적 인식을 축소해왔다는 분석이다.

실제 문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이전부터 이 같은 전략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해왔다. ‘정권심판론’과 ‘촛불혁명’을 부채질하며 스스로를 ‘촛불정부’라고 지칭했고, 2017년 포항 지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소 문제나 올해 극심했던 홍수피해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 탓으로 돌렸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정책실패에 대한 질타에는 직전 보수정권의 부동산 정책과 세계적인 금리인하에 따른 결과라고 김현미 국토부장관부터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정부 실정으로 전셋집에서 쫒겨날 위기에 처하며 대표 피해자로 꼽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위로금’이란 편법으로 빠져나가며 정부정책을 수호하고 나섰다. 

도저히 남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개인의 일탈행위로 몰아가거나 사회적 요인을 끌어들여 논란의 확산을 차단해왔다. 조국 사태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비위 사건이 그랬다. 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사건이나 이상직 의원의 탈당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정부의 실정을 강하게 비판하는 집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보수야당 원내대표 몸수색 문제까지 보수정권 당시 규정한 대통령 경호지침 때문이라고 청와대 경호처가 해명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경호처는 실수라고 하지만,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이 정권이 모든 분야에서 일방통행을 하고 국민과 거리를 두지만, 야당 원내대표까지 이렇게 수색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비결(?)이 도출된다. ‘힘없는 야당’ 문제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당 지지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은 야당이 대안야당으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며 “대안야당이 되기 위해서는 인물의 변화가 있어야 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기해야하는데 전혀 그런 것들을 못하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추미애 장관의 칼춤에 온 나라가 시끄러워도 문재인 정권은 검찰개혁이라고 우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라는 권력형 게이트가 터져도 문재인 정권은 검찰게이트로 바꿔 버렸다”면서 “‘야당은 어디에 있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말이 폐부를 찌른다”고 자기 비판적 글을 올렸다. 

이어 “온 나라가 부동산 대란을 겪고 있다. 그래도 문재인 정권은 집을 장만하려는 국민 탓만 한다. 그런데 우리 당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것이 국민의힘 현주소”라며 “라임·옵티머스 사태 특검관철에 당 지도부의 진퇴를 걸어야한다.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저지에 당 지도부의 명운을 걸어야한다. 강한 야당, 거친 야당, 존재감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강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문재인 정권이 휘두르는 ‘선한 권력’을 두고 “‘선한 권력’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선한 권력’이기 때문에 더 큰일을 하기 위해 ‘자기 보호’가 필요하며, 따라서 권력을 어느 정도 오·남용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라며 “바로 그런 생각 때문에 타락하고 몰락한 ‘선한 권력’이 인류 역사에 무수히 많다”고 경고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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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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