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실검으로 본 21대 첫 국감은? ‘그들만의 싸움판’

[기획] 실검으로 본 21대 첫 국감은? ‘그들만의 싸움판’

국민, 류호정·삼성·유승준·태극기·독감백신 등 찾아봤지만… 남은 건 추미애·윤석열 다툼뿐

기사승인 2020-11-02 05:00:23
그림=네이버뉴스 이슈어클라우드, 빅터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출범 전부터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21대 국회에게 주어진 첫 임무인 행정부 대상 ‘국정감사’는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민들이 어떤 궁금증을 가지고,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인 ‘실시간 검색어(실검)’를 통해 지난달 6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국정감사에 국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국민들은 국정감사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20일간의 국정감사 기간 중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매 1시간마다 바뀐 실검을 1위부터 10위까지 추려본 바에 따르면 하루에 국감과 연관된 단어나 사안이 검색된 빈도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10개의 상위검색어 중 1개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한 셈이다. 몇몇일을 제외하고는 1시간에 하나의 단어조차 검색창에 찍히지 않았다.

국회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를 제외한 13개 상임위원회가 일제히 국감을 시작한 7일 오전 10시부터 24시까지 검색창에 오른 국감 관련 검색어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유승준, 대주주 기준변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삼성직원의 기자증 도용문제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 관련어가 전부였다.

1시간에 2~3개의 국감 관련어가 상위 검색어에 오른 경우는 오후 12시와 1시가 다였다. 그나마 국감 말미에 가까워질수록 검색빈도가 많아졌다. 그렇지만 싸움구경에 군중이 몰리는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10대 검색어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겨루기나 그에 대한 여·야 국회의원들의 날선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지난달 22일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총장 등 피감기관 증인들이 진실만을 답하겠다고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대검찰청 국감이 있었던 22일과 법무부 종감이 열린 26일에만 평소 4~5개의 국감 관련어 검색이 이뤄졌던데 반해 10여개 이상의 관련어가 검색됐다. 대부분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질타한 국회의원들 이름이나 지적내용이었다. 이들을 뺀 나머지도 라임·옵티머스 사태나 독감백신의 안전성 문제, 유승준의 입국문제, 월성1호기 감사보고서 관련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추미애, 윤석열 부하 단어 생경하다’, ‘윤석열, 사람 패 죽인 것과 같나 vs 박범계, 패 죽이는게 뭐냐’, ‘신동근 끼리끼리 뭉쳐서… vs 윤, 영화 1987인가? 라인이라니’와 같은 발언과 그 대상들이다. 나머지 역시 라임·옵티머스 수사정보유출 의혹과 관련자들의 소명, 유승준 씨의 비자발급을 둘러싼 논쟁, 월성1호기 감사보고서 공개여부를 두고 다툰 말들 따위다.

그나마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공무원 80% 교육청 소속’이라거나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재소자 심리치료’, ‘국방부의 성주 사드기지 공사장비 및 자재 반입’, ‘수협의 방만경영 문제’ 등 희소하지만 정책질의가 상위검색어에 올라 국민들의 관심을 일부 끌었던 모습도 관측됐다.

이와 관련 유용화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는 “국정감사가 온통 추미애와 윤석열의 힘겨루기 일색이었다. 심지어 북한에 의한 해수부(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피살사건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며 국민의 뇌리에 남기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인 국감, 그들만의 싸움판이었다”고 비난했다.

더불어 이들 전문가들은 야당의 준비부족, 여당과 정부의 비협조적 태도의 문제 또한 지적하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행정부의 잘못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국감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철저한 준비와 정부여당의 태도변화를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야당도 정부여당도 좀 더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살피고 접근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지난달 26일 열린 법무부 종합국감에서 추미애 장관 관련 논란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된 상시국감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국감의 상시화로 인한 행정력의 낭비와 국정마비현상 같은 부작용이 지나치게 큰데다, 의지만 있다면 지금도 충분히 국감을 내실 있게 꾸려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일환으로 사전·사후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하라는 조언도 더했다.

한편 전체 국감기간 중 상위 10위에 오른 검색어를 모아보면 ▲조성길(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 ▲민주평통 ▲문준용 곽상도 설전 ▲한글날 집회 ▲운동권 취업 특혜법과 이한열, 전태일 ▲독감백신 ▲류호정 관련 삼성전자, 진중권, 공영홈쇼핑 대표 ▲김홍걸 검찰수사 ▲BTS 관련 병역특례, 주중대사, 병무청장, 신동근 등이 있다.

라·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유상범 의원의 옵티머스 명단공개를 둘러싼 논란 ▲김봉현 전 라임 대표의 폭로 관련 강기정 전 정무수석 및 정치권 연루의혹 ▲김진애 의원의 윤갑근·송삼현 검사 향한 술접대 논쟁 ▲김용태, 박범계 의원의 설전 ▲증인채택 문제와 전 청와대 행정관의 갑작스런 국감 불출석 통보 ▲라·스 수사 관련 검찰 및 법무부의 갈등 등이 검색됐다.

이밖에 ▲김현미 장관의 웃음보를 자극한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 ▲장하성 대사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논란 ▲양경숙과 이주열 한은총재의 설전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5·18 사과 ▲여성징병제와 모병제 논쟁 ▲박덕흠 의원 재산 문제 ▲사드 기습배치 문제 ▲강훈식 의원의 국감 태도문제 ▲김병기 의원의 죽 심부름 논란 ▲원전 회의록 공개요구 논쟁도 올랐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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