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친환경 정책 공약을 쏟아낸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한국 중후장대(정유‧화학‧철강‧조선 등)에 호재보단 악재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국내 산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집권 시 국가기간산업인 정유업종(SK이노베이션‧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는 악재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시대 친환경‧그린에너지 정책이 중점적으로 추진되면서 트럼프가 견지해온 석유산업(셰일가스) 보조금 등 옹호 정책이 철폐되면서, 에너지 생산비 상승과 함께 고유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또 미국 내 연비규제도 캘리포니아식(2035년부터 휘발유차 신규 판매 금지)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미국 차량의 전기차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세계 1위 석유 소비국인 미국에서 ‘고유가’와 ‘연비규제’라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해 전기차 쏠림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전문가는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석유산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생산원가 등이 늘어나 자연스레 고유가가 될 것”이라며 “고유가는 시장에서 전기차 쏠림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저렴한 에너지원을 선호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든이 석유에서 친환경‧그린에너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다소 늦췄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발 빠르게 추진되며 석유산업은 공급과 수요 모두가 줄어드는 불리한 시장환경에 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4년간 국내에서 생산한 석유제품의 50%가량을 해외로 수출해온 한국 정유사 입장에서 바이든 시대 그린에너지로의 대전환은 코로나19에 더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다.
화학업계(롯데케미칼·LG화학 등)도 녹록지 않다. 한국 석유화학업계의 미국 수출이 총수출량의 5.4% 불과하므로 단기적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화학업계 역시 글로벌 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화학 설비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 화학사들은 석유를 가공해 나오는 나프타 등을 핵심 원자재로 플라스틱 등의 합성원료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대결 구도가 유지될 경우 미국의 중국산 최종재 수입 감소도 우려된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대중국 강경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한국은 ‘동북아 화학 분업 구조’(일본 소재부품→한국 중간재→중국 최종재)에서 중간재를 맡고 있다. 최종재를 생산하는 중국의 미국 수출이 감소할 경우 중간재를 만드는 국내 화학기업의 수익 둔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산업의 쌀’ 철강을 생산하는 철강업계(포스코‧현대제철 등)는 바이든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미 경험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예측이 불가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 전문가는 “트럼프는 그동안 예상 가능한 데이터가 쌓였다. 트럼프가 철강업계를 향해 내놓는 관세장벽과 보호주의는 어렴풋이 예측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바이든은 어떤 식으로 한국 기업을 옥죌지 모르기에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바이든이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뉴딜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예견했던 만큼 풍력발전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들에 따른 철강재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대표적 한국 기업인 포스코와 세아그룹 등 한국 철강사들이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는 만큼 기회 요인에 주목하는 것이다.
전 세계 1위 경쟁력을 뽐내는 조선업계(현대중공업 그룹‧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도 바이든의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예정된 만큼 LNG선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수요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많다.
태양광과 2차전지 업계는 조 바이든 시대를 기대하는 눈치다.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태양광‧수소‧전기차 산업의 기회 확대로 가치사슬(벨류체인)에 포함된 관련 업체들의 성장도 예상된다.
태양광 업계 전문가는 “한국 기업에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기존에는 유럽 등을 중심으로 저탄소 친환경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미국이 동참하면서 거대한 시장이 한국기업에 열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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