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혹자는 파격이라고 했지만 데이터는 옳았다. 소형준이 ‘두산 킬러’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KT 위즈의 ‘고졸 신인’ 소형준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동안 투구수 100구,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팀의 창단 첫 가을 무대, 그것도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소형준의 투구에 군더더기란 없었다. 이날 소형준은 최고 148km 투심과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두산 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소형준의 투구는 단연 빛났다.
소형준은 이날 1회 선두타자 정수빈을 유격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도루 허용과 진루타를 내주며 2사 3루에 몰렸다. 하지만 4번 타자 김재환을 땅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분위기를 바꾼 소형준은 2~3회를 퍼펙트로 막아냈다. 4회초에는 2사후 김재환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위기는 투구수가 100구에 가까워진 7회말 찾아왔다.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고서 박세혁에게 안타, 김재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하지만 바뀐 투수 주권이 실점 없이 이닝을 털어 막으면서 소형준도 자책점 없이 가을 무대 데뷔전을 마쳤다.
소형준은 올 시즌 24경기에 등판해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의 우수한 성적을 남겼다. 올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만장일치 신인왕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졸 신인에 불과한 그를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투수로 내는 건 모험에 가까웠다. 혹자는 이를 두고 ‘파격’이라 불렀다.
그럼에도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KT 코치진은 데이터를 믿었다. 소형준은 올해 두산전 6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51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 감독은 “소형준이 시즌 후반 가장 강했다. 정규리그 두산전 피칭 내용과 데이터를 확인해 1선발로 결정했다”며 “6이닝 2실점 정도로 초반 게임을 만들어 준다면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결과적으로 소형준은 역사에 남을 투구를 펼쳤다. 소형준과 마찬가지로 순수 고졸 신인 신분으로 10승 고지를 넘었던 2006년의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 현 토론토 블루제이스) 조차도 플레이오프 데뷔전에선 5⅔이닝 동안 만루홈런을 포함해 5피안타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는 분위기가 밀릴 수 있는 걸 소형준이 끌어가면서 대등한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소형준에 대해 "무슨 말로도 칭찬하기 어렵다. 역대급 투수가 나왔다"며 "강팀 두산을 만나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건 소형준 때문"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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