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여당이 결국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손을 들었다. 나아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시사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반면 국민 다수는 윤 총장이 임기를 채워야한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정부여당이 국민의 바람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DRC)’가 지난 23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누구를 더 지지하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응답자의 42.9%가 윤 총장 지지의사를 표했다. 추 장관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3%로 오차범위 내지만 상대적으로 적었다.
윤 총장의 거취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51.9%가 ‘사퇴하지 않고 임기를 채워야한다’고 답했다. ‘임기 전 사퇴해야한다’는 의견은 34.5%에 그쳤다. ‘윤 총장이 정치를 하기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정치하기를 바란다’는 응답이 28.8%, ‘정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답변이 56.8%로 많았다. 정치인이 아닌 검찰총장으로서 역할을 다하며 임기를 채우라는 바람을 전한 셈이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묵인 하에 윤 총장의 징계청구와 직무정지를 발표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라며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당에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나아가 법무부에게는 철저하고 엄정하지만 신속한 후속조치를, 윤 총장에겐 거취결정을 촉구했다.
일련의 상황에 누리꾼들 일부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과거 윤 총장을 응원한 글을 공유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한 누리꾼은 조 전 장관이 2013년 10월 18일 트위터로 “채동욱,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 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구나”라고 적은 글을 소개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한 번도 검찰에 대한 대화를 해본 적 없는 윤석열 형(저와 동기이죠), 정직 3개월이 아니라 그 이상의 징계라도 무효입니다. 굴하지 않고 검찰을 지켜주세요. 사표 내면 안 됩니다”고 작성한 글을 2013년 11월 9일 조 전 장관이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주세요”라고 덧붙이며 인용한 글을 전하기도 했다.
국민의 뜻과는 다른 선택을 정부여당이 결단하고 행동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야권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추 장관의 폭거도 문제지만, 뒤에서 묵인하고 어찌 보면 즐기고 있는 문 대통령이 더 문제”라며 “마음에 안 들면 본인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해임하든지 하라”고 했다.
심지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헌정사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선출된 권력이 자기 권력에 대해 절제를 하지 못해 기본적인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모습”이라며 “참 나라 꼴이 우습게 보이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역할이 과연 어떤 것인지 묻고 싶다. 어찌 이런 사태를 낳게 했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굴하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하라던 대통령님 어디 계시냐. 지칠 줄도 모르고 작두를 타며 칼춤을 추어대는 특기를 가진 법무부 장관 덕택에 부동산 정책 실패나 경제 폭망, 대북 안보 붕괴 등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근심을 잠시 잊게 하려는 속셈이었냐”고 반문하며 국민이 봉기하기 전에 결단을 내리라고 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조차 해임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입장을 표명해야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24일 “추 장관이 밝힌 감찰결과에 있어 울산사건 및 조국재판부 사찰의혹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밝혀져야할 것”이라면서도 “초유의 상황이다. 청와대는 방관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입장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온라인에서도 성토는 이어졌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대통령 지시가 아니라면 대통령 인사권에 도전한 것이고, 대통령 지시라면 가장 비겁한 통치”라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책임을 모면하려고 법무부 장관 뒤에 숨어서 한마디 말도 없는 대통령. 왜 이렇게까지 비겁한 것인가”라면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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