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열전] 코웨이, 격랑의 30년史

[중견기업 열전] 코웨이, 격랑의 30년史

렌털시장 개척자에서 '매도→매수→재매각' 방황
새 주인 만나 안착···글로벌 렌털기업 '변모' 중
'코로나19 위기'에도 실적 성장 이어가는 중

기사승인 2020-12-15 06:10:02
▲1990년대 코웨이 신문 광고.(사진제공=코웨이)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생활가전 렌털기업으로 변모 중인 코웨이는 자수성가 경제인으로 한때 재계 30위권까지 웅진그룹을 이끌었던 윤석금 회장의 자식과 같은 존재였다. 지난 1989년 윤 회장이 세운 '한국코웨이주식회사'가 전신이다.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 한국지사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은 내딘 윤 회장은 1989년 한국코웨이를 설립, 정수기 렌털시장에 뛰어든다. 1992년 한국코웨이는 웅진코웨이로 사명이 바뀐다. 

웅진코웨이는 설립 8년 차인 1997년 외환위기로 시련을 맞는다. 당시 매출 330억원을 냈지만 정수기 한 대당 100만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대와 '환위기발(發)' 소비심리 위축으로 영업손실 11억원을 내며 적자를 냈다. 

90년대는 가정에서 보리차를 끓여 마시거나 수돗물을 끓여 마시는 등 '정수'라는 개념이 생소했고, 시급이 600~7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두 달을 일해야 정수기 한대를 살 정도로 값비싼 고가의 제품이었다.

윤 회장은 "어차피 팔리지 않은 것이면 차라리 빌려주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렌털이었다. 국내 최초로 렌털시장은 이렇게 탄생했다. 

▲코웨이 TV광고 이미지.(사진제공=코웨이)
많은 사람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고가의 정수기를 합리적인 금액에 빌려주자는 생각에서 태동한 렌털 제도는 대표적인 마케팅 혁신 사례가 됐다. 코웨이의 렌털 시스템은 가격 부담감을 해소하고 정기적인 제품관리로 삶의 질을 높인 획기적인 제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렌털사업은 외환위기로 늪에 빠진 웅진코웨이를 구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1998년 웅진코웨이는 영업이익 30억을 냈고 1년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1999년에는 64억원으로 영업이익이 두 배로 늘었다.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 성장을 발판으로 교육출판, 건설, 식품, 서비스금융 등 사세 외연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윤 회장의 패착이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경기침체로 현금이 고갈됐고 경기 회복세도 더디면서 재무상황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

가장 큰 패착은 극동건설인수. 2007년 당시 윤 회장은 법정관리를 받은 극동건설을 인수했으나 2012년 어음(150억원)을 막지 못해 결국 부도 처리했다. 이 사건으로 그룹 전체가 흔들렸고 윤 회장은 주력 중의 주력이던 웅진코웨이 매각을 결정한다.

2013년 웅진코웨이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매각됐고 사명도 지금의 코웨이로 바뀌게 됐다. 매각 당시 윤 회장은 떠나보내는 웅진코웨이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등 웅진코웨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웅진식구라고 불러봅니다. 웅진의 상황 때문에 여러분과 이별하지만 여러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할 것입니다. 웅진코웨이를 설립하고 렌털 비즈니스를 하면서 경영자로서 보람과 즐거움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코웨이에 대한 애정이 특별했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합니다."<윤석금 회장이 보낸 이메일 일부>

그룹 재건에 나선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는 지난 2018년 코웨이 인수를 발표, '코웨이홀딩스' 보유지분 22.17%(1635만8712주)에 대한 코웨이 인수 거래를 지난해 3월 모회사 웅진씽크빅을 통해 마무리했다. 윤 회장은 "한 달에 열 번은 상상했다"며 코웨이를 다시 품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인수 과정에서 전체 인수금액의 80%를 인수금융과 전환사채로 조달하면서 재무리스크가 급격히 커졌고 '코웨이' 인수는 또다시 윤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윤 회장은 코웨이를 품은 지 3개월 만에 다시 매각하기로 결정, 지난해 12월 게임업체 넷마블에 넘겨주게 된다.

윤 회장 품에서 다시 떠난 코웨이는 이해선 대표 체재로 순풍에 돛달듯 순항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국내 렌털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매출은 해외사업 호조로 3분기 매출 27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보다 46.7% 늘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외 고객 총 계정수도 801만으로 '800만 계정' 시대를 펼치며 독보적인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 10월 '뉴 코웨이' 시대를 본격화하며 아이콘 정수기와 듀얼클린 가습공기청정기 등 혁신 제품들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실적도 좋다. 아이콘 정수기는 출시 한 달만에 2만대 판매를 넘었고 월 3만대 판고를 기록 중이다. 

한편 코웨이는 12년 연속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2020년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선정됐다. 이번 조사에서 코웨이는 BSTI 총 857.5점(1000점 만점)을 얻어 40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전 년보다 1계단 올랐다. 브랜드 주가지수는 619.6점(700점 만점), 소비자 조사지수는 237.9점(300점 만점)을 받았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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