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절규에 가까운 글은 지난 2013년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계모가 의붓딸을 살해한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나온 편지 내용입니다. 두 의붓딸을 학대해 당시 8살이었던 A양을 사망케 한 계모는 자신의 죄를 A양의 언니인 B양에게 뒤집어씌우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시민들은 재판부에 진정서를 보냈습니다.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끓었습니다. 그리고 7년이 흘렀습니다.
어린 생명이 또다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에도 차마 안타깝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아동학대입니다.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양부로부터 장기간 학대를 받다가 숨졌습니다. 한 방송을 통해 공개된 학대의 참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양부모를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동의 서명했습니다. 법원에 도착한 진정서와 탄원서는 500여건 이상 접수됐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진행 중입니다.
7년간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학대받은 아이가 죽었고, 우리 사회는 다시 공분합니다. 법원에 진정서를 보냅니다. 법을 바꾸겠다며 국회의원들이 나섭니다. 아동학대 사건에 관심이 집중될 때마다 땜질식 정책이 생겼다는 것을 제외하면 과거의 과오를 답습하고 있을 뿐입니다.
더 이상 학대로 아이들을 잃을 순 없습니다. 양형기준 개선 등의 문제와 더불어 아동학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총체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3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찰은 질타받아 마땅합니다. 동시에 경찰이 아동학대 사건을 전문적으로 대응하고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대 정황을 파악하고도 이를 방치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입양기관도 비판받아야 합니다. 또한 이들이 학대 의심 가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체념한 체 세상을 떠난 정인이. 고통만이 전부였던 짧은 생, 아이가 느꼈을 무력함 앞에 어른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얼마나 중대한지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때늦은 후회는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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