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시인과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우 권리찾기 유니온 활동가, 서영섭 신부 등 5명은 12일 단식 22일째를 맞았다. 이들은 지난달 22일부터 물과 소금만을 섭취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견뎌야 하는 것은 허기뿐만이 아니다. 추위·폭설과도 싸워야 한다. 송 시인과 정 지부장, 성 위원장, 김 활동가 등 4명은 단식 시작과 함께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서울의 아침 기온이 –18.6도까지 떨어졌을 때도 이들은 길에서 단식 농성을 지속했다. 당시 체감온도는 –25도에 달했다. 지난 6~7일 폭설이 내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주어진 물품은 침낭과 깔개, 비를 가릴 수 있는 얇은 비닐 정도다. 천막 등은 칠 수 없다. 청와대 앞은 집회·시위 금지 구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송 시인은 “견뎌보고 있지만 워낙 혹한”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의 복직이 이뤄질 때까지) 무기한으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농성장 앞에서는 비인권적이고 반인권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세월호 유가족분들도 저희와 똑같이 침낭과 깔개 등에만 의존해 길 위에서 버티고 계신다”고 이야기했다.
지난달 28일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농성장을 찾았지만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송 시인 등과 함께 단식에 나섰던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과 한경아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는 건강 악화로 단식을 중단,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 1981년 대한조선공업사(현 한진중공업)에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지난 1986년 노동조합 대의원에 당선된 뒤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지적하는 노조 활동을 벌였다.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같은해 7월 해고됐다.
김 지도위원은 해고됐지만 노조를 위한 활동을 지속했다. 지난 2011년 정리해고 반대를 촉구하며 영도조선소 타워크레인에서 309일간 고공 농성을 벌였다. 전국 각지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김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영도조선소를 찾았다. 전국에서 총 3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만 60세로 정년을 맞았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한진중공업에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권고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송 시인 등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공권력에 의해 끌려갔고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이는 기업의 노사 교섭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정치권도 시급할 조치를 취할 책무가 있다”며 복직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암 투병 중인 김 지도위원도 지난달 30일 부산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전국 도보행진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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